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로 지난 한 해 신음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
세계 경기 위축으로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이 흔들리고, 서민 고통을 가중하는 고물가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재부는 1.6%, 한은은 1.7%,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0.8%),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등 대형위기를 맞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경제가 대형위기에 못지않게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한국 경제의 올해 가장 큰 걱정거리는 부진한 수출이다.
수출 부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는데, 작년 무역적자는 472억달러(약 60조원)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적자 규모도 외환위기 때를 넘어 역대 최대를 찍었다.
월간으로 보면 수출은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감소했고,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흔들렸다. 정부는 올해도 수출이 전년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감소는 생산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생산 동향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 통계인 작년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이 전월보다 0.1% 늘었지만 반도체 생산은 11.0% 급감했다.
올해 세계 경기 침체가 예고된 상황이라 수출 부진과 이에 따른 생산 부진 흐름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소비, 투자, 고용 등 내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는 작년 11월 기준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했다. 올해도 5% 안팎의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되고 고금리 상황도 이어지기에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용은 작년 큰 호조를 보였던 데 대한 기저효과 등으로 둔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을 10만명으로 전망했고 한은과 KDI는 각각 9만명, 8만명을 예상했는데 이는 작년의 80만명 안팎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결국 올해는 수출과 내수가 함께 하락하면서 경제가 혹한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5% 수준의 고물가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장기 저금리시대가 남긴 가계부채와 자영업·취약계층의 부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영끌족의 연쇄 도산 등 우리 경제의 위험 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 상승 등 긴축국면도 길어져 현재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물론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소규모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가 흔들리고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정부는 이처럼 산적한 위험요인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취약계층 지원, 수출산업 육성, 규제 혁파 등을 적극 추진해 위기에 버금가는 경기 부진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어느 때보다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크다"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전략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