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석유 수급 차질과 고유가가 지속하고 수출 단가가 상승한 가운데, 정유업계가 팬데믹 이후 가동률을 최대(79.4%)로 끌어올리며 제품 생산과 수출에 주력한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29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작년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액이 570억3천700만달러(약 73조7천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532억5천100만달러) 이후 사상 최대치다.
수출액 증가율은 71.2%로, 2011년(64.2%)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협회는 정유업계가 석유제품 수출로 원유도입액(954억5천100만달러)의 59.8%를 회수해 국가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정유업계는 2012년부터 원유도입액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회수해 왔으며, 작년에는 회수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작년 석유제품 수출액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국가 주요 수출 품목 중 2위를 기록하며 2021년(5위)보다 3계단 올라섰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배럴당 121.1 달러로 약 53% 증가했다.
석유제품 수출 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도 배럴당 18.5달러를 기록, 2021년(8.7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어 정유업계의 수출 체질과 경영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수출물량은 12.1% 증가한 4억7천100만 배럴로, 이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을 31번 가득 채울 수 있는 물량이다. 제품별로는 경유가 전체 석유제품 수출액 중 46.3%를 차지했고, 휘발유(19.4%), 항공유(18.0%), 나프타(4.9%)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항공유는 수출액 증가율이 130.8%로 가장 높았으며, 최대 수출국은 미국으로 조사돼 코로나 이후 항공 수요 증가에 정유업계가 적극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국은 2021년 58개국에서 2022년 64개국으로 늘어났다.
국가별 수출액 기준으로는 호주(18.3%), 싱가포르(12.1%), 미국(8.3%), 중국(7.9%), 일본(7.7%)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2016년 이후 6년 연속 최대 수출 상대국이었으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수출액이 급감해 수출 비중도 20%에서 8%로 낮아졌다.
수출국 7위인 베트남의 경우 수출액이 3.8배 늘어 가장 증가폭이 컸다.
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석유제품 수출 규제 확대, 중국 방역 완화에 따른 수요 증가 등 긍정적인 여건과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요 악화 요인이 혼재돼 있다"며 "정유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과 수출지역 다변화로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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