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가 다음달 초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업계의 점유율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5일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별 개인 신용카드 판매실적(국내·해외 일시불·할부·국세/지방세 등 합계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19.6%), 삼성카드(17.8%), 현대카드(16.0%), KB국민카드(15.4%) 순으로 1∼4위를 차지했다.
과거 현대카드는 개인 신용카드 판매 3위권을 유지해오다 2018년 KB카드에 3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이후 2019년 코스트코와 단독 제휴 관계를 맺고 다양한 맞춤형 제휴카드 출시 전략을 펼치며 지난해 다시 3위로 올라섰다.
카드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애플페이를 우선 도입하는 것을 기회로 2위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려 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로 인해 상위권사 간 치열한 점유율 확보 경쟁이 유발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카드는 미국 애플사와 계약을 맺고 상당 기간 물밑에서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준비해왔다.
금융당국이 지난 3일 법률 검토를 마치고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가 가능하다고 확인하면서 내달 초쯤으로 출시가 유력시된다.
국내 법령 여건상 배타적 사용권을 유지하지 못해 경쟁사들도 애플과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됐지만, 서비스 출시 초기 현대카드가 유일한 제휴사로서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도입 과정에서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배타적 사용 기간이 사라졌지만 실질적으로는 6개월 이상 배타적 사용 기간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후발 주자가 애플 측과 제휴 협상을 벌이고 서비스 준비를 하는 데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제휴를 서두를수록 초기 선점 효과는 희석될 수 있다.
다른 관계자는 "아이폰 사용 비중이 큰 MZ 세대를 중심으로 단기간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증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카드사들도 참여할 것이므로 장기 효과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을 위해 수년 전부터 국내 주요 카드사들과 제휴 협상을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플페이 호환 NFC 단말기의 국내 보급률이 10% 미만으로 저조한 데다가 애플 측이 요구하는 수수료(결제액의 0.1∼0.15%로 추산) 부담이 커 번번이 협상이 결렬됐다.
사안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초기 도입비용을 홀로 지불하며 NFC 단말기 인프라를 깔아주는 측면이 있지만 경쟁사들이 느끼는 솔직한 반응은 `나도 하고 싶다`는 부러움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단독 제휴는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가 매우 큰 투자 결정"이라며 "카드사 중 유일하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지배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아직 애플페이 출시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조용히 자축하는 분위기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3일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고 금융당국이 발표한 후 개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계정에 `오늘의 점심`이란 문구와 함께 애플사 로고를 연상케 하는 `한입 베어먹은 사과` 사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13일에도 식료품 매장 바구니에서 쏟아져 나온 사과 무더기 사진을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바 있다. 이를 두고 정 부회장이 애플페이 출시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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