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든 반면 상여금 등으로 상환 여력은 커지면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53조4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6천억원 적었다.
가계대출은 작년 9월 이후 11월까지 계속 뒷걸음치다가 12월 3천억원 늘었는데, 다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 감소 폭(-4조6천억원)은 해당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1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98조8천억원)에는 한 달 사이 변화가 없었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253조2천억원)이 4조6천억원 축소됐다. 통계작성 이후 두 번째로 많이 줄었고, 2021년 12월 이후 13개월째 내리막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 대출도 지난달 8조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2015년 해당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전월보다 감소(-6천억원)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7조4천억원 급감했다.
업권별로는 가계대출이 은행권에서 4조6천억원, 제2금융권에서 3조4천억원 빠졌다.
하지만 예금은행의 1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1천178조2천억원으로 한 달 새 7조9천억원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6조6천억원, 1조3천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가운데 개인사업자의 대출은 오히려 9천억원 줄었다. 1월 개인사업자 대출이 감소한 것은 2019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여신(대출)이 아닌 예금은행의 수신(예금) 잔액은 2천198조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45조4천억원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특히 수시입출식예금이 59조5천억원이나 빠져나갔는데, 2002년 1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 기록이다.
작년 말 일시적으로 유입된 법인자금 유출, 부가가치세 납부 등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정기예금도 예금금리 하락과 함께 9천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1월 한 달간 51조4천억원 불었다.
은행자금 재예치, 국고 여유자금 운용, 금리 메리트(이점)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39조원 급증했고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에도 각 4조1천억원, 2조원이 유입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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