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주총회서 기관투자자, 주주제안 '외면' 경향

김종학 기자

입력 2023-02-12 11:20  



지난해 기관 투자자들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반 안건에 비해 주주제안에 반대 의결권을 더 많이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전문 평가기관인 한국 ESG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제외한 193개 기관투자자 가운데, 주주제안에 의결권을 행사한 기관은 모두 38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그 전년도인 2021년 연간 기관투자자 208곳 가운데 22곳이 주주제안 의결권을 행사한 것과 비교해 증가한 규모다.

이들 기관이 주주 제안에 대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전체 기관 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보다 크게 높았다.

지난해 125건의 주주제안 의결권 행사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는 30건으로 반대율은 24.0% 였다.

이중 안건 별로는 임원 선임에 대한 안건(22건)에 대한 반대 비중이 73.3%로 대부분이었고, 배당(6건), 정관(2건)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도 있었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들이 상장기업 전체를 상대로 의결권 반대를 행사한 비율은 2021년 4.3%, 2022년 4.7%로 4% 중반에 그쳤다.

한국ESG연구소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낸 전망 보고서에서 주주권리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주주총회와 의결권 행사에 대한 자본시장의 관심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주행동에 나선 사모펀드 등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에스엠, KT&G, 태광산업 등을 비롯해 소액주주 연합에서 제기한 DB하이텍의 감사위원 선임, 광주신세계의 현금배당 확대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대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이사회 견제 등을 목적으로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의결권 행사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국내 상장사는 KT, KT&G, 에스엠, DB하이텍, 우리금융,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 등 287곳이다.

한국ESG연구소는 "올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된 지 7년째이고 국민연금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도입한 지 5년째"라며 "주주권 행사의 역사가 길지도 깊지도 않아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이 온전히 안착하지 못한 국내 자본시장의 특성상,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주주가치가 실질적으로 고려되는 환경이 후퇴하지 않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관투자자, 상장사 공동의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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