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기댈 곳 줄었다…"속 털어놓거나 돈 빌릴 사람 없어"

입력 2023-02-12 14:27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에서 관계망 단절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우울감은 커졌지만, `마음을 털어놓고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나 `큰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크게 줄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12일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Ⅸ)`(이태진 외) 보고서를 통해 이런 내용의 `코로나19와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작년 6월18일~8월30일 전국 19~75세 남녀 3천94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진은 큰돈을 갑자기 빌릴 일이 생길 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가족 외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존재하는지,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 우리 사회 구성원 간 상호 지지하는 수준을 살펴봤다.

그 결과 큰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31%로 같은 항목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2014년 이후 가장 낮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5년 전 2017년의 71.51%보다 24.20%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는다는 응답 역시 작년 85.44%를 기록하며 2017년 91.54%보다 6.10%포인트 하락했다.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는 항목에 동의한 비율도 마찬가지로 하락했다. 작년 67.98%를 기록해 2017년(83.64%)보다 15.66%포인트 낮아졌다.

이들 질문 모두에서 응답률은 상용직보다 임시 일용직에서, 소득이 적고 주관적 계층 인식(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어느 정도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낮을수록 낮은 경향을 보였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될수록 사회적 지지 수준이 낮은 셈이다.

이는 `마스크`와 `격리`로 상징되는 코로나19 시대 관계의 단절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응답자의 41.6%는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답했고, 친한 친구나 친한 사람과의 교류, 가족 및 친척들과의 교류가 줄어들었다는 응답도 67.5%, 61.7%로 높았다.

그러는 사이 우울감은 점점 커졌다. 우울감에 대해 0~10점을 매기게 한 결과 평균 2.85점으로 2017년 2.75점에서 0.1점 상승했다. 우울감의 평균 점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 2.71점으로 내려온 뒤 2021년 2.93점까지 높아졌다가 작년 하락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울감이 늘었다는 응답은 20.62%인 반면, 줄었다는 대답은 3.13%에 그쳤다.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은 코로나19 극복단계에 접어들면서 유행 초기보다 높아지는 추세다.

삶의 만족도(0~10점)는 유행 직전인 2019년 6.15점에서 2021년 5.90점까지 낮아졌다가 작년 다시 6.29점으로 회복했다. 행복도(0~10점) 역시 2019년 6.48점에서 2021년 6.33점으로 하락했다가 작년 6.63점으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관계 단절 속에서 사회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졌다"며 "개인의 심리적 회복은 점차 이뤄지고 있지만 상호 심리적 관계가 단절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 통합에 대한 평가 수준은 코로나19 유행 직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유행 3년차인 작년에는 다시 낮아졌다. 사회 통합이 이뤄지고 있는지(0~10)에 대한 평가인 사회통합도는 2019년 4.17점에서 2021년 4.59점까지 높아졌지만 작년에는 4.31점으로 하락했다.

이는 사회를 믿을 수 있는지(0~10점) 점수를 매기는 사회신뢰도 항목에서도 마찬가지여서, 2019년 5.00점이던 것이 2021년 5.37점으로 올랐다가 작년 5.07점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큰 사건이 있으면 사회 통합 수준이 일시적으로 높아지지만, 그 상황이 지나가면 잠재적인 갈등이 드러난다"며 "사회 통합도와 신뢰도가 하락한 것은 작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른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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