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세계적 열풍으로 인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최근 MS와 구글이 AI 챗봇 기반 서비스를 잇따라 발표하자 텍스트·이미지 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는 이런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 생성형 AI는 질문에 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설문 작성이나 시나 그림 등 예술 창작까지 하는 등 우리의 생활·업무 방식에 지금보다 훨씬 깊숙하게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막대한 컴퓨터 연산이 필요한 생성형 AI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업은 엄청난 재정적·지적·컴퓨팅 자원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빅테크일 수밖에 없다고 WSJ은 분석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외형상 스타트업이지만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 연산 능력 등 때문에 MS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상태다.
또 챗GPT 등이 제공하는 답변이 실질적인 유용성을 가지려면 이용자가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AI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본질적인 결함도 가지고 있어서 이처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수를 줄이는 것, 즉 신뢰를 구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칫 이용자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면 제품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 플랫폼은 과학적 지식을 위한 챗봇형 검색엔진 `갤럭티카`를 출시했으나, 가끔 부정확한 답변을 제공해서 비판이 제기되자 사흘 만에 서비스를 폐지하기도 했다.
이는 AI에서 가장 방대하고 신속한 답변보다 신뢰성이 훨씬 강력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은 평가했다.
구글도 지난 8일 AI 기반의 새 검색기능을 공개하면서 2019년 `AI 원칙`에 명시했던 `책임감 있는 AI`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인간과 AI간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팅롱 다이 교수는 AI 신뢰 구축에 빅테크가 스타트업보다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거대한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와 인적 자원을 꼽았다.
수만 대의 컴퓨터로 이뤄진 빅테크의 클라우드 인프라는 생성형 AI의 학습과 함께 학습된 AI를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데 활용되며, 최근과 같은 이용자 증가에도 대응할 수 있다.
빅테크는 또 이들 AI가 과도하게 비상식적 또는 편향적이거나 공격적인 표현을 쏟아내지 않도록 지속해서 테스트하고 조율할 수 있는 엄청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은 전 직원들에게 대화형 검색엔진을 테스트하고 발생하는 문제를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제품을 출시한 MS도 이같은 테스트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등 AI 도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대규모 실험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인 챗GPT의 성공으로 볼 때 이 분야에서 공격적인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성공적인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빅테크만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명확하다고 WSJ은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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