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토마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채소인 양파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를 고조시키는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통신은 최근 몇 달간 밀과 곡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부 주식 부족에 대한 우려는 줄었지만 복합적인 요인들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단의 핵심인 채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그 중심에 양파가 있다고 전했다.
양파는 전 세계 다양한 요리에서 필수 재료로 사용된다. 소비량은 채소 중 토마토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연간 생산량은 약 1억600만 t(톤)으로 당근과 순무, 고추, 후추, 마늘 생산량을 합한 것과 비슷하다.
세계 각국은 양파 등 채소 가격이 치솟고 인플레이션이 악화하면서 공급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모로코, 튀르키예는 채소 수출을 중단했고 필리핀 정부는 채소 공급 카르텔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양파 가격 급등은 파키스탄 대홍수와 중앙아시아의 비축 양파의 서리 피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연쇄 효과로 분석되지만 북아프리카 농부들이 심각한 가뭄과 종자·비료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유엔과 세계은행은 최근 각국의 채소·과일 규제가 양파를 넘어 당근과 토마토, 사과 등으로 이어져 전 세계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양파 가격 급등은 시장 상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쁜 날씨 때문에 채소 생산이 큰 타격을 받은 모로코에서는 정부가 양파와 토마토 수출을 금지한 후에도 채소 가격이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다.
시장에서 비싼 양파 대신 아티초크를 한 바구니 산 주부 파티마(51) 씨는 "요즘 비싼 채소 대신 렌틸콩과 흰콩, 누에콩을 더 많이 먹고 있다"며 "조만간 쌀만 먹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몇 달간 양파 부족이 소금부터 설탕에 이르는 다른 식자재 부족까지 악화시키는 사태가 빚어졌으며 양파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 한때 고기보다 더 비싸지기도 했다.
신디 홀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선임 경제학자는 "충분한 칼로리 섭취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식단의 질은 식량 안보와 영양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라면서 "열악한 식단의 질은 다양한 영양실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이 채소와 과일의 가격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건강한 식단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의 최근 수치에 따르면 전 세계 30억 명 이상이 건강한 식단을 누릴 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팀 벤턴 신위험 연구책임자는 많은 정부가 밀가루 수입에는 기꺼이 보조금을 주지만 채소 생산 지원에는 인색하다며 그 결과 녹말 곡물, 설탕, 식물성 기름은 너무 많이 생산되는데 과일·채소는 필요량의 3분의 1밖에 생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한 식단 문제가 점차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의제가 되고 영양은 각국 정부가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천천히 폭발하는 `영양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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