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3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 직후 "내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다"며 지분 매각의 소회를 밝혔다.
이수만은 이날 오후 SM 임직원과 팬·가수를 대상으로 편지를 보내 "SM의 '포스트 이수만'은 내 오래된 고민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는 창의의 세상"이라며 "나는 SM을 제 자식이나 친인척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번창시킬 수 있는 이 업계의 '베스트'에 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SM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고,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그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여는 SM에 가장 적합한 '베스트'를 찾는 시간이었다"며 "한편 현 경영진에는 이수만이 없는 SM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나는 이미 SM 무대에서 내려갈 결심을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수만은 "하이브·카카오를 비롯해 펀드, 대기업, 해외 글로벌 회사 등이 SM을 원했고 나를 찾아왔다"면서도 "내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다"고 했다.
그는 "SM과는 경쟁 관계였지만 BTS(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랑"이라며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저와 같은 음악 프로듀서로서 배고픈 시절을 겪어 본 사람"이라고 1대 주주가 된 하이브 측을 치켜세웠다.
이수만은 "그(방시혁) 또한 나처럼 음악에 미쳐 살았고, BTS라는 대기록을 세운 인물"이라며 "저는 그가 저와 같은 애정으로 아티스트를 대한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분이 궁금해한 내 선택의 이유는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만은 "1989년 SM 기획을 세울 때 저는 청춘이자 스타트업이었다. 노래가 좋아서 가수에게 필요한 시스템을 현장에서 고민했다"며 "음악 산업의 서구 모델을 연구해 SM의 회사 구조를 세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한국형 팝, 아이돌의 세계는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에 한국형 인재 육성 모델을 조합해 이룬 것"이라며 "SM과 함께 JYP·YG·하이브 등 K팝이 세계에서 이룬 업적은 대한민국의 기적이자 축복"이라고도 했다.
이수만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SM 맹장으로서의 인생 일막을 마치고 이제 저는 이막으로 넘어간다"며 "내 넥스트는 테크놀로지(기술)와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그곳을 향해 나는 저벅저벅 걸어간다"고 소개했다.
이수만은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현 경영진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했던 날들에 나는 후회가 없다"며 "SM은 내게 도전이었고, 행복이었고,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또 소속 가수들을 향해서는 "나는 꿈 가득한 그대들을 만나 고진감래의 시간 속에 함께 울고 웃으며 음악을 만들었다"며 "손끝, 발끝까지 온 에너지를 쏟아 무대 집중 퍼포먼스를 해내는 당신들이 오히려 내 선생님이었다"고 적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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