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역대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기금본부)를 공사 형태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금본부를 정부에서 독립시켜 투자 전문가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인데, 공사화가 독립성과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높다.
7일 공단 등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역대 최악인 -8.22%를 기록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낮은 수익률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지만, 본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기금운용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금본부를 공단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은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공사화를 주장하는 측은 현재 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의 하부 기구인 기금본부를 독립된 공사로 만들 경우 정부의 이해를 떠나 수익성에 집중하는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금본부가 공단 내 다른 조직과 구성원 등에서 이질적이니 공사화를 하면 민간 전문가 집단으로 조직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2015년 지방(전북 전주) 이전 후 인력 유출이 잇따랐으니 공사화 후 서울로 재이전한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금본부의 퇴사자 수는 작년 8월 말까지만 20명이나 됐다. 전년 같은 기간 퇴사자 수(13명)보다 54%나 많다.
다만 공사화가 수익률 상승을 담보할 수 없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공사 형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작년 연간 총자산 수익률이 역대 가장 낮은 -14.36%를 기록했다. 연간 투자손실액 규모는 297억달러(약 38조원)에 달했다.
마이너스 손실률을 단순 비교하면 KIC가 국민연금기금의 2배가량 큰 셈이다.
KIC가 국민연금과 달리 해외 투자만 하는 데다 달러 강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작년 투자 환경에서 공사인 KIC가 거둔 성과가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KIC 관계자는 "해외 투자만 100%를 하는 등 국민연금과 투자 정책에서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기금과 수익률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공사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공사화가 되면 안정적이기보다 모험적인 투자를 할 여지가 커서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작년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사상 최악이었지만,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공단 측은 작년 투자 실적에 대해 통화긴축 상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이라는 대외적인 악재가 있었으나 대체투
자 확대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통해 손실 폭을 축소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작년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24.89% 하락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한국 제외 세계 주가지수(ACWI)도 17.91% 하락했다.
1988년 기금 설립 이래 국민연금기금의 누적 연환산 수익률은 5.11%로, 작년 손실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5년간 총 151조원의 운용 수익을 거뒀다.
국민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금본부를 현재처럼 복지부 산하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를 꾸려 기금 운용 관련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데, 위원회 간사인 최영민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분석실장은 위원회 회의에서 기존 운용체계 개선 논의 내용을 알리며 "다수가 현재와 같은 복지부 소속을, 소수가 독립기구를 제안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공사화되면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사가 되더라도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기금본부를 서울로 다시 옮기고 전문성, 수익성을 구실로 자본시장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기금 거버넌스 개악시도까지 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기금을 분리하고 전문성을 구실로 자본시장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기금 거버넌스 개악을 시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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