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두 강력범죄 사건이 과연 동일범의 소행일까.
사건 발생 21년 만에 결정적 물증이 발견돼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6일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22년전 대전 은행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지목했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날 "백 경사 피살사건은 대전 은행강도 살인 사건 범인의 소행으로 확신한다"며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최소한 둘 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장이 언급한 둘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시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를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 과장 김모(당시 45세) 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이승만과 이정학이다.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둘은 지난달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이승만으로부터 '사라진 백 경사 총기의 소재를 안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고 백 경사 피살사건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후 지난 3일 이승만이 말한 울산시 한 여관방의 천장에서 총기를 발견하고는 수감 중인 이승만과 이정학을 상대로 각각 4차례씩 조사를 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모두 '백 경사를 살해한 것은 자신이 아니다"라면서 서로에게 범행을 떠넘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이 그동안 저지른 범행을 시계열 순으로 분석했을 때 백 경사 피살사건이 추후 또 다른 범행을 위한 예비선상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0월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총기를 탈취했고, 두 달 만에 이 총기를 이용해 은행강도를 저질렀다.
이후 2002년 9월 백 경사가 누군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뒤 총기를 빼앗겼는데, 이승만은 2003년 1월 대전시 중구 한 쇼핑몰에 세워진 4억7천만원이 실린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해 달아났다.
경찰관에게 총기를 빼앗은 다음에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른 패턴으로 미뤄 이승만과 이정학 중 최소한 한 명은 백 경사 피살에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이 과장은 "은행강도 사건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이승만과 이정학은 백 경사의 죽음이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수사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당시 현장에서 확보한 물증과 진술 등을 토대로 사건 실체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께 전주북부경찰서 금암2파출소에서 발생한 백 경사 피살사건은 전국 주요 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힌다.
추석 연휴에 홀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백 경사는 온몸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동료 경찰관에게 발견됐다. 범인은 백 경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을 훔쳐 달아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20대 3명을 붙잡았지만, 이들은 "경찰 구타로 허위 자백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이후로도 사라진 권총과 실탄을 찾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이를 모두 찾지 못해 사건의 실체는 20년 넘도록 미궁에 빠져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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