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두 달째 최근 한국경제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의 악재로 금융시장 불안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제조업 기업 심리 위축 등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그린북에서 한국경제를 둔화 국면으로 판단한 데 이어 두 달째 같은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우리 경제의 양축인 수출과 내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주효했다.
지난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7.5% 줄어 5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4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은 3.5% 증가하며 무역수지는 52억7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내수 부문에서는 지난 1월 소매판매도 전달보다 2.1% 줄어 석 달째 감소하고 서비스업 생산은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는 다만 지난달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8.1% 늘고 백화점 매출액은 5.2% 증가한 점 등이 소매 판매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도 8.1% 늘었다. 이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224.5%(속보치) 급증한 영향이 컸다.
다만 방한 중국인 관광객 급증은 대부분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아직 예년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중국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리오프닝 효과가 수출 반등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이승한 경제분석과장은 "중국경제는 리오프닝 이후 올해 1∼2월 실물지표가 대체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내수와 서비스 중심의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고 제조업을 나타내는 1~2월 산업생산은 시장의 기대치보다 다소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리오프닝 효과는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장은 "전반적으로 중국의 산업생산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제조업 수출에 상당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며 "특히 중국의 내수 시장에서 정보기술(IT)제품 수요 등이 늘면 우리 반도체를 포함한 중간재 수출이 늘게 될 텐데, 이 부분도 좀 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취약 부문의 금융 불안과 같은 하방 위험도 한국경제의 악재로 지목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악재가 겹치며 금융시장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장은 "금융 불안이 계속 지금 나타나고 있어서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점검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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