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산한 미국 중소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해 말 임직원 등 내부자를 대상으로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 통계를 근거로 SVB가 지난해 4분기 기준 임직원과 주요 주주·그들의 이해관계자에 대출해준 금액이 2억1천900만 달러(약 2천862억원)로 집계됐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02년 이후 이 회사의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3분기 대출액(6천600만 달러)의 3.3배에 달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2분기(3천700만 달러)와 비교해서는 5.9배나 많다.
정부 자료에는 대출자나 대출 목적 등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내부자 대출이 이뤄졌다는 것만으로는 위법 혐의가 되지 않는다.
다만 블룸버그는 연준과 의회가 나서 SVB 붕괴에 대해 조사 중인 만큼, 이러한 내부자 대출 급증이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은행 임직원들은 소속 기관에서 대출 시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되며, 다른 고객들과 유사한 조건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당국은 은행들에 내부자 대출 규모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SVB의 모기업이었던 SVB파이낸셜은 다른 고객들과 비슷한 금리·담보로 이뤄진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해말 SVB에 금리 위험 대응 방안을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해 말 기준 SVB가 보유한 주택저당증권(MBS)의 미실현 손실이 150억 달러(약 19조6천억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 특히 신생 스타트업의 자금원 역할을 해왔던 SVB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기술기업들에 몰린 데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미 은행 순위 16위까지 올랐다.
SVB는 끌어모은 예치금으로 미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지만, 미국의 초고속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유동성이 말라붙는 가운데 하루 420억 달러(약 54조9천억원)에 이른 막대한 예금 인출과 보유 자산 가격 하락이 발생하며 결국 붕괴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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