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팬텀을 만나 가치를 증명한 조승우…그의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에 관객은 ‘전율’

입력 2023-04-03 17:00  



팬텀이 돌아왔다.

뮤지컬 초보자들이 꼭 봐야하는 공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페라의 유령’이 긴 기다림 끝에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부산을 찾았다.

감히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역사적인 만남이 상사됐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조승우가 ‘오페라의 유령’ 마스크를 썼다.

뛰어난 캐릭터 분석력과 연기력, 출연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파급력으로 문화계 전 방위에 걸쳐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조승우가 마침내 첫 세계 BIG4 뮤지컬이자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품에 출연했다. 모두가 기다린 최고의 배우와 불세출의 명작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과 남녀의 삼각관계를 그린 뮤지컬로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상처를 입어 흉측해진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팬텀, 프리 마돈나 크리스틴, 귀족 청년 라울의 이야기이다.

지난 4월 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는 팬텀으로 변신한 조승우를 보기 위해 상기된 얼굴의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뮤지컬 ‘헤드윅’, ‘지킬앤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 자신의 이름으로 각인되는 국내 유수의 작품을 스터디 셀러로 성공시키는 강력한 영향력으로 한국 뮤지컬의 성장을 견인한 ‘키 맨’으로 불리는 조승우의 연기력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야 말로 명불허전.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감미롭고 부드러운 모습부터 사랑에 배신당해 분노에 찬 한 남성의 폭발적인 연기까지 천의 얼굴을 가진 그 남자의 신들린 연기를 볼 수 있다.

특히 조승우는 가면으로 얼굴 반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표정 연기보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연기한다. 특히 그의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은 최대한 감정을 실어 객석에 전달한다. 조승우가 왜 팬텀이어야 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20년 가까이 소프라노로서 길을 걷던 손지수는 크리스틴 역을 맡아 팬텀과 라울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3옥타브를 넘나드는 청초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귀족 청년 라울 역을 맡은 송원근은 크리스틴을 팬텀에게서 지켜내려는 강한 연기를 엿볼 수 있다. 라울은 풋풋한 매력을 선보인다. 그의 훈훈한 외모도 한 몫 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수준 높은 공연과 열렬한 객석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최고의 공연이었다.

지하에 숨어 살며 파리 오페라하우스에 출몰하고 살인도 불사하는 괴물이면서 음악 천재인 팬텀에 관객은 깊이 동화됐고, 팬텀이 사랑하는 여인 크리스틴에 의해 가면이 벗겨져 괴물의 모습을 드러낸 뒤 분노와 자괴감이 뒤섞여 노래할 때, 사랑하는 여인을 끝내 그의 약혼자 라울의 품으로 돌려보낼 때 관객도 같이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냈다.



‘오페라의 유령’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킨다. 무대장치와 넘버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장관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는 신비로우면서도 절절한 사랑 이야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경이로운 무대 메커니즘은 작품의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40피트 컨테이너 20대 분량의 대규모 스케일의 거대한 세트는 상상력의 결정체로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상징적인 화려한 프로시니엄 무대와 계단, 위압적인 샹들리에의 추락, 천장에 드리워진 2230미터의 드레이프, 자욱한 안개 사이로 솟아오르는 촛불, 유령과 크리스틴을 태운 나룻배가 등장하는 지하 호수 장면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여운을 안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극적인 변신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토니상을 수상한 천재 디자이너 마리아 비욘슨이 창조한 프로덕션 디자인의 세계는 무대 위 작은 요소들 하나까지도 뛰어난 상상력과 디테일로 이뤄져 있다. 벨 에포크 시대 등 치밀한 시대 고증을 통한 220여 벌의 의상 디자인은 다양한 패턴의 직물로 제작되어 동일한 디자인이 단 한 벌도 없다. 웅장하면서도 낭만적인 디자인으로 구현된 의상, 소품, 무대의 풍성한 비주얼은 ‘유산’으로 불리며 문화,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는 동시에 오늘날까지 전 세계 무대와 건축 디자이너들에게 깊은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어느 공연이나 그렇겠지만 앞쪽 좌석에 자리한 관객들은 배우들의 얼굴을 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샹들리에가 눈앞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맛 볼 수 있다.

샹들리에가 팬텀의 분노로 관객들 눈앞에서 떨어지는 순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졸이게 한다. 다시 올라가는 샹들리에 또 떨어지진 않을까 공연 중간 중간 확인해보는 관객들도 볼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바램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등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매혹적인 선율로 풀어낸 명곡들은 관객들을 황홀하고 신비한 세계로 안내한다.

무대장치와 넘버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장관이다.

팬텀이 지하 은신처의 의자에 마스크만 남기고 홀연 사라지는 것으로 공연은 끝난다. 막이 닫힐 때 관객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하면서 벌써 일어날 채비부터 한다. 커튼콜 때 기립박수는 대부분 주인공이 마지막에 무대로 나올 때 터지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앙상블부터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직도 ‘오페라의 유령’을 보지 못했다면, 조승우의 농익은 연기를 감상하기에 최고의 시간일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 부산 한국어 초연은 오는 6월 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