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은행권 위기 여파가 채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경기가 악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가 잇달아 나오며 경기 침체 초입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5일(현지시간) 3월 민간 기업 고용이 전월보다 14만5천 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2월(26만1천 개)보다 10만 개 이상 줄어들어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1만 개)를 크게 밑돈 것이다.
아울러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지난 2월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993만 건으로 전월보다 63만건이 감소해 거의 2년 만에 1천만 건 아래로 내려갔다.
이 두 지표가 그간 과열됐던 미국 노동시장이 식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중소 지역은행들의 연쇄 위기도 노동시장에 타격을 가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용 경색의 여파로 기업들이 고용 계획을 축소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미국의 무역 적자 폭도 커졌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월 상품·서비스 등 무역수지 적자는 705억달러(약 92조5천억원)로 전월보다 2.7% 증가하며 최근 4개월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과 미국인들의 소비 위축으로 수입은 1.5% 감소했고 수출은 2천512억달러로 2.7% 줄어들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표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3으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ISM의 3월 서비스업 PMI는 51.2로 3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블룸버그 전문가 전망치인 54.4를 크게 하회했다.
이들 지표가 경기 둔화 신호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5월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지 주목된다.
한국시간 6일 오후 3시 32분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다음 달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54.8%, 0.25% 인상할 가능성은 45.2%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경기 후퇴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아시아 증시가 하락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한국의 코스피는 1.44% 내린 2,459.23에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1.22%, 대만 자취안 지수는 0.36% 각각 하락 마감했다.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0.00%)는 보합세였고 선전성분지수(-0.04%)는 내렸다. 한국시간 오후 4시 6분 현재 홍콩 항셍지수는 0.15% 하락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 가치는 상승세를 보였다. 금값은 13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금값은 2천22.39달러로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2천달러를 돌파했지만, 이날은 온스당 2014.08달러로 전장보다 소폭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같은 시간 전장보다 0.24엔 내린 131.42엔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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