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말투였다" 대치동 '마약음료'는 신종 피싱 범죄

입력 2023-04-07 16:49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나눠주고 학생들의 부모를 협박한 사건은 우리 사회 깊숙히 스며든 마약이 피싱 사기에까지 이용된 사례라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또는 마약유통 조직이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배후를 규명·추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체포된 일당 4명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 일대에서 학생들에게 필로폰 등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기억력 강화 음료'라고 속여 마시게 했다. 경찰은 일당이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들을 속여 받아낸 부모 전화번호로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한 점에 주목한다.

경찰은 보이스피싱과 음료 등에 몰래 마약을 타 먹이는 이른바 '퐁당 마약'이 결합한 신종범죄로 보고 있다. 퐁당 마약은 통상 피해자를 서서히 중독시킨 뒤 마약을 계속 사도록 하는 수법인데 이번 사건은 마약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붙잡힌 일당이 경찰에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인 줄 몰랐다.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진술한 점, 피해 부모들이 "협박 전화를 건 사람이 조선족 말투였다"고 신고한 점 등이 경찰의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경찰은 강남 학원가 등 부유층 밀집 지역의 학생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기존 보이스피싱 범죄는 휴대전화 번호를 대량으로 수집해 무작위로 범행 대상자를 고르는 반면 이번 마약 음료 사건에선 부유층이 많은 강남 지역을 '타깃'으로 특정했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 학원가가 학습 능력에 도움된다는 각종 기능성 음료의 '테스트 베드'라는 점도 범행 일당이 대치동을 노린 이유로 보인다. 기능성 음료 시음행사가 빈번하다보니 학생들이 별다른 의심없이 낯선 사람이 주는 음료를 받아먹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고려해 대치동 외에 다른 학원 밀집 장소를 특정해 추가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 국내에 마약이 암암리에 퍼져나가면서 단순 투약·유통에서 벗어나 다양한 강력범죄와 결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필로폰 1회 투약분(0.03g) 가격이 피자나 치킨 가격인 2만원대까지 내려갔고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8천107명이었던 국내 마약류 사범 수는 지난해 1만2천387명까지 급증했다.

이에 마약을 유통·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약을 수단 삼아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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