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13번째 비상사태…갱단 척결에 '올인'

입력 2023-04-14 05:32  


갱단 척결에 국가 운명을 건 듯 강력한 치안 정책을 시행 중인 중미 엘살바도르가 비상사태를 거푸 연장했다.

엘살바도르 국회는 정부에서 '갱단과의 전쟁'이라고 이름 붙인 치안 체제 유지를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내달까지 30일 더 늘리는 안건을 재석 의원 80명 중 찬성 67명, 반대 6명, 기권 7명으로 13일(현지시간) 가결했다고 13일(현지시간) 디아리오엘살바도르와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이 보도했다.

지난해 3월 27일 나이브 부켈레(41) 대통령 요청으로 국가 비상사태가 처음 선포된 이후 13번째 승인이다. 이 절차는 1년 넘게 매월 본회의에 상정되는 일상적인 안건이 됐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투자와 함께 갱단원 구금을 정부 역점 정책으로 꼽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관련 정보와 의견을 올리며 국민들 이해를 구하거나 비판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전날도 그는 2018∼2021년과 비교해 급감한 2022∼2023년 살인 발생 건수(각 년도 4월 12일 현재까지) 그래프를 게시하며 "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업적은 인류 현대사에 유례없는 일"이라고 자찬했다.

실제 수치상으로 엘살바도르의 범죄율, 특히 살인율 감소는 비상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줄었다.

2015년은 특히 인구 10만명당 살인범죄 피해자 105.2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쟁과 분쟁 지역을 제외하고 한 국가에서 보고된 가장 많은 수치였다.

특히 조직범죄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잔혹한 폭력행위로 미국 정부에서까지 혀를 내두른 '마라 살바트루차'(MS-13)와 '바리오18'이 대표적이다.

2015년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에 당선된 지 1년 만에 범죄율을 15% 이상 낮췄던 부켈레는 2019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갱단 소탕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다만, 시장 시절 가로등 정비와 공공시설 확충 등 다소 온건한 정책을 펼쳤던 것과 달리 군과 경찰을 동원해 무장 갱단을 해체하는 강경책을 쓰고 있다.

중남미 최대 규모 수용시설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한꺼번에 수천 명씩 이송하는 모습을 사실상 '생중계'하는 공포정치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결과 비상사태 기간 6만6천여명의 '테러리스트'(폭력조직원)가 검거됐다. 3천개 가까운 총기류도 압수됐다. 지난해 기준 살인율은 10만 명당 7.8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국내·외 인권 단체에서는 그러나 자의적인 체포·고문과 수감자 사망 등 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비상사태하에서는 체포·수색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 심증만 가지고도 일반인에 대한 구금이나 주거지 등에 대한 임의 수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민 집회·결사의 자유와 통행의 자유도 일부 제한된다.

다만, 일반 대중은 대체로 부켈레 추진성을 지지하고 있다. '갱단한테 받는 고통보다는 낫다'는 취지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일 홈페이지에 올린 기사에서 "부켈레 대통령 지지율은 90% 이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부켈레는 해당 기사를 10일자 1면에 실은 NYT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하며 "엄마, 저 NYT 1면에 나왔어요. 안타깝게도 이젠 사람들이 (신문을) 거의 보지 않지만."이라고 쓰기도 했다.

집권당 '새로운 생각'의 크리스티안 게바라 대표는 "야당은 이곳에서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 반대라고 말한다"며 "인간의 삶과 생명, 그게 바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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