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70만명의 남미 파라과이에서 이달 말 치러질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거센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70년 넘게 집권한 보수 우파에 대한 민심의 요동 속에 중도좌파 계열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여당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서 나가면서, 최근 완전히 왼쪽으로 기운 중남미 정치 판도에 무게 추를 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6일(현지시간) ABC콜로르, 디아리오오이, 라나시온 등 파라과이 매체 등을 종합하면 2주 뒤인 오는 30일로 예정된 파라과이 대선(총선과 함께 치러짐)을 앞두고 야당인 정통급진자유당(PLRA·급진자유당)의 에프라인 알레그레(60) 후보가 집권당인 공화국민연합당(ANR·통칭 콜로라도당)의 산티아고 페냐(44) 후보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알레그레 후보는 지난 10일 발표된 '다토스'의 여론조사 결과 40.6%의 지지율로, 35.5%의 지지율을 보인 페냐 후보를 5.1%포인트 차로 우세를 보였다. 3월 19∼4월 3일에 1천72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4%포인트다.
여론조사 추이상 중도좌파 계열 알레그레는 2월 중순까지 우파 페냐에 사실상 밀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선두로 치고 나온 건 2월 말∼3월 초부터다.
그는 대선을 한 달여 남기고 다토스와 'GEO' 등 여론조사기관에서 시행한 지지도 조사에서 페냐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차로 앞서기 시작했다. 다만, 다른 기관인 'FaSaC 콘술토레스'에서는 알레그레 후보가 페냐 후보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발표(3월 10일)했다.
알레그레 후보의 '지지율 1위 기록'은 파라과이에선 커다란 변화의 전조로 볼 수 있다. 보수우파가 무려 70년 넘게 장기 집권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당은 1947년 이후 딱 4년(2008∼2012년)을 제외하고 71년간 대권을 놓친 적이 없다. 중간에 정권 교체를 이룬 인물은 중도 좌파 성향의 페르난도 루고(71) 전 대통령이었는데, 그조차 당시 기득권층 주도로 중도에 탄핵당하며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콜로라도당에 대한 피로감에 더해 장기 집권 중인 여당의 각종 부패 의혹에 대한 심판론이 이번 선거에 표출될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변호사이자 대학교수 출신인 알레그레 후보는 이미 2013년과 2018년 대선에서 2차례 고배를 마신 적이 있어 2전 3기 도전이다. 특히 현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51) 대통령을 상대로 한 직전 대선에선 대규모 야당 연합 후보로서 베니테스 후보와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루고 정부에서 공공사업통신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에너지 공급에 대한 공공 개입, 부패 척결, 빈곤층 구제, 조직범죄 소탕을 주요 공약으로 삼고 있다.
특히 외교 면에서 알레그레 후보는 "중국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배경에서 그가 집권하면 현재 대만과의 수교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알레그레 후보는 현지 TV 방송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1957년 7월 8일 이후 60여년간 이어진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대만언론 등은 보도하기도 했다. 파라과이가 대만을 계속 인정한다면 중국과의 동맹으로 인한 투자 이익을 잃게 된다는 게 알레그레 후보의 설명이라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최근 중미 니카라과와 단교하는 등 '우군'을 잃고 있는 대만에서는 이런 이유로 파라과이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레그레 후보가 당선되면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중남미에 일렁이는 거센 좌파 물결('핑크 타이드')에 더 힘이 실리게 된다. 남미 주요 13개국 중 우파는 에콰도르와 우루과이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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