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사료 '훨훨'…슈가플레이션 우려
"왜 나만 갖고 그래"…원화, 나홀로 약세
우리 증시 상황 점검합니다, 증권부 박승완 기자입니다. 박 기자, 코스피·코스닥 모두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군요, 간단히 살펴보죠.
<기자>
코스피는 어제보다 낙폭을 키웠습니다. 개인과 기관은 팔고, 외국인이 사들이는 장세가 연이틀 이어졌는데요. 다만 매도 물량이 매수보다 많아 지수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역시 하락 마감한 코스닥은 개인의 순매수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하는 장세가 이번 주 내내 이어졌습니다. 동학개미들은 오늘도 2천억 원이 넘는 주식을 모아들인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개인은 이번 한주에만 코스닥에서 1조 4천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지난 19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소위 '빚투'가 늘어난 모습입니다.
<앵커>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9조 원이 넘었다고 하죠. 개인 투자자들은 지금이 증시 저점이라고 생각하나 보군요.
<기자>
두 시장의 빚투 잔고를 합치면 20조 1천억 원이 넘습니다. 잔고가 20조 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인데요. 2020년 중반까지 10조 원대에 머물던 신용융자잔고는 증시 호황에 2021년 2월부터는 20조 원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에 들어가면서 20조 원 아래에서 머물러있었죠.
늘어나는 빚투에 증권사들의 신용 공여 한도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시장법은 금투사의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등으로 제한하는데요.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오늘부터 "신용융자 신규 매수 주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키움이나 KB증권 등 증권사 전반이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앵커>
늘어나는 '빚투'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우리 증시가 활황기에 접어드는 지표일 수도 있겠죠. 바닥 찾기, 또는 다음 주도주 고르기가 바빠지겠군요.
<기자>
오늘 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주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1.38%), LG화학(-3.63%), 삼성SDI(-2.00%) 등이 하락했는데요. 코스닥시장의 에코프로비엠(-7.31%)과 에코프로(-5.75%), 엘앤에프(-2.42%) 등도 하락 마감했습니다. 테슬라의 1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실망감이 전반적인 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외국인과 개인은 서로 다른 종목에 대해 순매수를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중국 리오프닝 관련주도 줄줄이 빠졌습니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두고 중국과의 긴장감이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아모레퍼시픽(-8.53%)과 LG생활건강(-8.13%)이 8%대, GKL(-10.42%)과 파라다이스(-10.40%)가 10%대 하락하는 등 화장품과 카지노 업종이 부진했습니다. 중국인이 주요 소비자란 점이 공통점인데, 때문에 F&F(-5.61%), 신세계(-3.75%) 등 의류·면세점주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그간 사실상 2차전지 업종이 우리 증시를 이끌어 왔는데, 이것이 흔들리다 보니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와중에 비료와 사료 업종은 올랐다고요?
<기자>
원인은 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이었습니다. 두 나라의 전쟁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막혔는데, 이를 재개하기로 한 협정 연장이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겁니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한데요.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밀, 옥수수의 최대 수출국인 만큼 곡물 가격 급등 가능성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증시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비료와 사료주가 홀로 상승한 배경입니다. 비료주로 분류되는 누보는 상한가를 찍었고요. 효성오앤비도 10%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사료주 가운데 한일사료가 15% 올랐고, 대한제당, 팜스토리 등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앵커>
두 나라의 갈등이 어제는 방산주를 올려놓더니, 오늘은 비료·사료주였군요. 대한제당의 경우 11년 내 최고치를 찍은 설탕 가격 영향도 있었다고요?
<기자>
소위 '슈가플레이션' 우려 때문인데요. 최근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 선물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문제는 기상 악화로 인한 생산 차질입니다. 세계 2위 설탕 생산국 인도가 생산 예상치를 3% 내렸습니다.
이에 더해 원당의 원료인 사탕수수는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하죠. 이는 해외에 수출하는 설탕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원재료 품귀 움직임에 대한제당은 오늘 8%대 오르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음식료 업계는 미리 재고를 확보해 둔 상황이라 하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입니다.
<앵커>
금요일입니다, 이번 주 우리 외환 시장 점검해 보죠. 원/달러환율이 오르고 있죠?
<기자>
오늘 종가 기준 원/달러환율은 1328원 2전입니다. 지난주보다 30원 가까이 오른 건데요. 월요일 하루에만 10원 넘게 뛰더니 이후 연이틀 7원대 씩 오르며 1,330원에 다가섰습니다. 어제 장중에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다섯 달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습니다.
2월 초 1,220원까지 빠졌던 환율은 이후 상승세를 거듭하는 모습입니다. 종가를 각 달마다 평균을 내보면 1월부터 매달 30원씩 올랐습니다. 우리 수출을 책임지는 반도체 업황이 나빠지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판단에 경기가 가라앉는 게 아니냐는 걱정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거죠. 4월 금통위까지 2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한미 금리차가 커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요.
<앵커>
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지고, 경상수지 적자도 계속되는 상황도 영향을 줬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달러화 자체가 약세인 상황에서, 선진국이나 신흥국으로 넓혀 봐도 원화만 유독 저평가되고 있다고요?
<기자>
원화의 약세는 주요 선진국이나 신흥국 통화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폭입니다. 올 들어 달러화 가치는 내려간 걸로 확인되는데요.(-1.5%) 이에 유로(+2.7%)와 파운드(+3.1%)는 값이 올랐습니다. 이 기간 원화의 통화가치는 4.4% 떨어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증권가에선 최근의 원화 약세를 '키 맞추기' 현상이라고 분석합니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올해 1월 말까지 급격하게 오른 반작용이라는 설명인데요. 2분기 최고 1,350원까지 등락을 이어가다가 하반기부터 안정화에 접어들 것이란 예상입니다. 삼성증권은 "연말로 갈수록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고 무역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면서 환율이 점진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박승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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