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표예진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난 15일 1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에 출연, ‘드디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그는 웃음이 많고 밝고 생기가 넘쳤다.
“‘모범택시2’가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요. 방송이 너무 후루룩 지나간 거 같아요. ‘진짜 끝나나’ 싶고, 실감이 안 났어요. 무지개 운수는 계속 있을 거라 만족해요. 시즌3는 기회가 되고, 오빠들이 한다면 의향이 있어요.”
‘모범택시’는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들이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를 통해 사적 복수를 이룬다는 콘셉트의 작품이다. 사회를 뒤흔든 생생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에피소드마다 공감대를 자아냈다.
“시즌2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각자의 자리로 다시 돌아온다는 느낌이었어요. 부담감은 없었어요. 시즌1을 사랑해주신 결과라 보답 같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한 번 더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신났어요. 무지개 운수 소속으로 출연한 김의성, 장혁진, 이제훈, 배유람과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모범택시2’에서 표예진이 연기하는 안고은은 표면적으로는 무지개 운수의 경리과 직원이지만, 암묵적으로는 무지개 운수 모범택시 다크히어로즈의 해커로 활약하는 인물이다. 각별했던 친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컴퓨터 해킹 기술들을 익혔고, 부모님의 친구인 장대표(김의성 분)의 스카웃 제의를 받아 모범택시 멤버로 합류했다.
“고은이는 강하고 털털하기도 하지만 아픔이 있어요. 다양하게 보여줄 것이 많은 좋은 캐릭터죠. 이런 캐릭터가 저에게 올 줄 몰랐어요. 당시 제게 잘 들어오지 않던 캐릭터라 잘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컸어요. 하다 보니 단단하고 강하지만 상처가 있는 이 캐릭터에 애정이 가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저와 닮았어요. 이전까지 보여준 적이 없던 모습이라 제안 받지 못했던 캐릭터였는데, 감독님과 오빠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어요.”
그간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펼쳐온 표예진은 안고은 캐릭터를 맞춤옷과 같이 소화하며 회를 거듭할수록 단단한 성정과 명철한 두뇌, 파워 액션까지 갖춘 만능캐로 뜨거운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이런 멋있는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정이 많이 가는 역할이에요. 시즌1 때 짧고 강하게 촬영해서 그런지 고은이에게 더 많이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시즌1이 끝났을 때 2배로 아쉬웠고, 좋아하고 멋있기까지 한 캐릭터를 시즌2까지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죠.”
안고은은 사건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부캐를 소화했다. 카우걸 복장의 가수,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새색시, 청소부, 간호사까지 자신이 가진 능력을 폭넓게 활용, 사건을 파헤쳐 가며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눈길을 끌었다. 표예진이 보여주는 다양한 분장쇼는 안방극장에 웃음꽃을 피웠다.
“부캐 연기를 처음 해봐서 잘 하고 싶었어요. 노래도 레슨 받고, 마라카스 같은 소품 아이디어도 직접 냈어요. 시즌1에서 제훈 오빠가 액션을 멋지게 해서 시즌2에서 해봤는데, 어렵더라고요. 나중에는 제대로 공부해서 해 보고 싶어요. 연기는 늘 아쉬워요. 열심히 찍었다고 했지만, 전체를 보면 늘 아쉽죠.”
안고은과 무지개운수 다크히어로즈들의 찰떡 케미는 ‘모범택시2’의 믿고 보는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그중에서도 단연 안고은과 김도기(이제훈 분)의 훈훈하면서도 설렘 폭발하는 케미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간질이며 심쿵을 선사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고은이와 도기와의 케미를 좋아하셔서 조금 놀랐어요. 일부러 뭘 만들지는 않았어요. 각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관계죠, 거기서 오는 깊은 신뢰, 고은이 에게는 죽은 언니를 대신하는 사람. 그런 특별한 사람이라 복합적으로 보인 것 같아요. 고은이는 제대로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럴 여유는 없었죠. 누군가를 신뢰하고 아끼다 보니 이것이 사랑인가 할 거예요. 꼭 러브라인이 아니어도 깊게 신뢰 하는 사이가 인상적이에요.”
부동산 사기범 일망타진 에피소드에서는 고은과 도기가 신혼부부로 위장하기도 했다.
“애드리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제훈 오빠가 아이디어를 내면 제가 잘 따라갔어요. 부동산 사기범을 속이기 위해 신혼부부인 척 하면서 팔짱을 끼고 하트를 만든다거나 애교를 부린다거나 애드리브가 많았죠. 민망할 정도였어요. 제훈 오빠는 놀랄 정도로 준비를 많이 해오고 아이디어도 많이 냈어요. 그걸 보고 저는 반성하게 됐죠. 현장에서 프로답게 편하게 하면서도 노력하는구나 싶었어요. 오빠가 장난도 많이 쳐요. 제가 바스트 샷을 찍고 있으면 절 웃기려고 반대쪽에서 장난치고 있어요. 오빠 덕분에 무거운 촬영을 할 때도 풀어질 때가 많아요. 분위기 메이커예요. 저는 재미없는 막내일 것 같아요.”
‘모범택시2’의 시청률은 그야말로 돌풍이었다. 첫 방송부터 전국 일일 시청률 12.1%(닐슨코리아, 이하 동일 기준)를 기록하더니, 방송 8회 만에 시즌1 최고 성적이었던 16%를 넘어섰다. 결국 마지막 회는 21%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마무리했다.
“저희 드라마의 매력은 당한 만큼 그대로 갚아 주는 거죠. 그 과정이 재밌게 그려졌고, 그걸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저희가 분노를 느끼는 만큼 벌을 받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대리 만족을 느끼신 것 같아요.”
‘모범택시’ 시리즈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사건들을 다뤘다. ‘모범택시2’ 속 사이비 종교, 버닝썬과 같은 에피소드들은 관련 사건들이 재 점화된 시기에 방영됐다.
“신기했어요. 이미 촬영한 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저희도 출연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짜려고 해도 짤 수 없는 우연’이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고은이 덕분에 저 역시 정의로운 이미지가 생긴 거 같더라고요. 조금 부담도 돼요. 고은이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도록 해야죠.”
‘모범택시3’는 일찌감치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다만 배우와 스태프들의 일정 조율 등 세부 사항 조율은 남아있다.
“시즌2 결말이 시즌3를 위한 발판을 깔아놓은 느낌이긴 해요. 아직 구체적인 얘기를 따로 들은 건 없지만, 저는 무지개 운수라는 팀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듯 안고은에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으로 러블리한 비주얼, 리얼리티 폭발하는 열연과 함께 작품과 시너지를 발한 표예진. 대체 불가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으로 완벽하게 그려내며 ‘모범택시2’의 강렬한 홍일점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긴 그가 앞으로 보여줄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차기작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ENA ‘낮에 뜨는 달’이에요. 다음 작품에 더 무게감과 책임감, 부담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시대도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직업의식도 분명하고, 누군가를 지키는 강인한 역할이에요. 액션이고, 새로운 시대극이라 도전할 거리가 많아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원작 웹툰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부담도 되지만 저는 저만의 방식대로 열심히 준비할 테니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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