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리 인하'에는 선 그어
한국과 미국의 노동시장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배경으로 고령층·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꼽은 분석이 나왔다. 노동 공급 축소로 임금·물가 상승을 야기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령층과 여성의 노동 공급 확대로 물가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다.
25일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서울 한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3년 한은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의 긴장도(tightness·실업자 수 대비 빈 일자리수 비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지만 한국은 유사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먼저 노동시장의 양적 지표가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활동참가율은 팬데믹 이전(2014년~2019년) 63.0%에서 팬데믹 이후(2021년~2023년 2월) 63.4%로 높아졌다. 반면 미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같은 기간 62.9%에서 62.0%로 낮아졌다.
서 위원은 한국의 노동 공급이 늘어난 이유로 고령층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꼽았다. 그는 “대부분 선진국은 고령층이 은퇴할 경우 고용률이 떨어지지만, 우리나라는 노인복지가 충분치 않다 보니 고용시장에 잔류하는 경향이 있다”며 “2차 베이비부머(49~55세) 계층을 감안했을 때 고령층의 노동 공급 확대가 10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저출산과 만혼이 심화되면서 여성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또 노인돌봄, 간병서비스 같은 전통적인 가사노동이 일자리 형태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에너지·식품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더딘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가별로 원인이 다르다는 게 서 위원 분석이다. 미국은 노동 공급축소로 인한 서비스물가 상승이 주요 원인인 반면 한국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서 위원은 향후에도 국내 노동시장에서의 물가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차별화는 노동시장 상황 차이와 이에 따른 물가 압력 차별화에 일부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행이 최근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원인으로 한국 노동시장의 낮은 긴장도를 꼽은 셈이다.
다만 서 위원은 “하반기에 피봇(통화정책 방향 전환)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고용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은 낮아지고 있지만 수입물가·환율 등 다른 요인에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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