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입찰에 탈락해 앞으로 10년간 인천공항을 떠나게 됐다. 인천공항에서 롯데가 방을 빼는 것은 22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이 가지는 상징성과 사업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입찰로 매출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다만 롯데는 면세 소비 트렌드가 이미 시내점과 온라인 위주로 변하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도 발판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결과가 실적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1기 사업자로 인천공항에 합류했던 롯데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을 때도 매장을 완전히 철수하지는 않았던 만큼 롯데의 탈락은 이변으로 여겨진다.
롯데는 입찰 과정에서 다른 사업자보다 20%가량이나 적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보수적인 베팅에는 2018년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 매장을 철수했던 경험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공항 면세점의 성장세와 면세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의 금액을 제시했다는 것이 롯데의 입장이다.
2019년 출국객을 기준으로 하면 신라와 신세계가 앞으로 인천공항에 내야 하는 임대료는 연간 4천억원가량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업계는 이번에는 임대료가 고정이 아닌 '여객 수 연동'으로 바뀐 만큼 예전보다는 부담이 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상징성을 고려할 때 인천공항은 적자를 내더라도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매장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아시아 허브 공항이기도 한 인천공항은 코로나 전 연 매출이 2조원을 넘겨 세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롯데가 빠진 10년 사이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1년 기준 롯데(40억4천600만유로)와 신라(39억6천600만유로)의 매출은 1억유로도 채 차이 나지 않았다.
한편 롯데는 면세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변한만큼 예전과 같은 무리한 투자는 더 이상 없다는 기조다. 특히 출국장 면세점의 매출 비중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면세협회 자료에 따르면 출국장 면세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0.2%에 달했지만, 2019년 13%까지 떨어졌다. 내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 면세점을, 외국인은 관광도 함께 할 수 있는 시내면세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의 온라인 매출 비중도 2013년에는 10% 미만이었지만, 2018년 이후 30∼40%까지 증가했다.
롯데는 이번에 아낀 임대료로 시내점과 온라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6월에는 호주 멜버른 공항점 개점이 예정돼있고, 하반기에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을 연다. 코로나 기간 부분 개장으로 운영해온 싱가포르 창이공항 그랜드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2025년 8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다시 열리면 재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구역은 현재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운영 기간을 5년 더 연장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여객 수 연동'으로 바뀐 임대료 기준을 적용받지 못하는 만큼 재입찰 가능성이 거론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가 다시 뜨면 시장 상황과 사업성을 면밀하게 검토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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