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지난 24일 1분기 고객 예금액이 40% 급감했다는 실적이 공개된 후 이틀간 주가가 60% 넘게 빠지는 등 휘청거리면서 미 금융당국의 개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은행이 당국의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 지난달 붕괴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전철을 밟아 강제 매각 수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관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상황이 더 악화했고, 민간 부문을 통한 구제도 더 이상 시간이 없는 것으로 당국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앞서 CNBC방송도 소식통을 인용해 구제대책 가운데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관재인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국의 개입은 지난달 SVB가 갑작스러운 뱅크런(현금 대규모 인출) 사태로 부도위기에 처하자 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된 것과 같은 흐름이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FDIC의 관리 체제하에 들어가면 강제 매각 수순을 밟게 된다. SVB의 경우 곧바로 폐쇄돼 FDIC가 들어왔고, 이후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SVB의 기존 예금은 FDIC가 세운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이라는 이름의 새 법인으로 이전됐고, 보유 자산은 매각된 바 있다. 이어 미국 중소은행 퍼스트 시티즌스에 인수되면서 SVB는 간판을 내렸다. SVB의 모기업이었던 SVB파이낸셜그룹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FDIC의 파산 관재인 임명 가능성에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43% 급락했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FDIC가 관리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보도가 나온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다시 40%대 폭락해 2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10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SVB 사태 여파로 지난달 90% 가까이 폭락했고, 지난 24일 1분기 실적보고서 공개 후 연일 급락 장세를 이어가며 다시 80%가량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역대 처음 10억 달러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극적으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은행이 나온다면 FDIC의 개입을 피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금융 당국도 앞서 다른 은행들에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가능성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끝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과 자산을 인수해 직접 관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퍼스트리퍼블릭은 대형 은행들에 채권과 그 밖의 다른 자산을 시세 이상의 가격에 인수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CNBC가 전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DIC와 미 재무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리들은 다른 은행들과 함께 회의를 열어 퍼스트리퍼블릭 구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