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 보증금으로 이전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는 관행이 장기적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원 장관은 이화여대 주변 월세 시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원칙적으로 임대인들은 임차인에 대해서 채무자다. 전세 보증금을 본인의 투자 자산으로 사용하는 관행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전셋값 추가 하락 우려…원희룡 "피해자 지원이 우선"
이번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반환보험 가입기준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낮아진다. 시세 1억원 주택은 전세금 1억 700만원(공시가 7,150만×150%)까지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9천만원 이하여야만 가입이 가능해진다.
최근 '깡통전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증보험 가입 기준마저 높아지며, 전셋값이 보증보험 가입기준 아래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원 장관은 '전셋값이 더 내렸을 때 임대인에게 전세금반환대출 등을 지원할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대해 "당장 시급한 건 피해 세입자 보호 문제"라며 "임대인 지원책은 고심하고 있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대인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전세 보증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풍토는 장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금을 갭투자 용도로 활용하고, 다음 세입자 보증금을 받아 이전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를 손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원 장관은 선량한 임대인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전세금 미반환 같은) 나쁜 마음이 없었지만 전셋값이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는 임대인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금융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량한 임대인에 대한 지원과 구제를 어떻게 해야할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인 지원 시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전세 사기에 대한 부분이 정책적인 노력을 다 집중해야 할 정도로 급박하다"며 "임대인 지원 조치는 그 다음 문제"라고 전했다.
● "여론전, 협박 안 통해…끌려다니지 않는다"
원희룡 장관은 전세 피해 보증금을 국가가 대신 돌려주는 등의 지원책에 대해서는 재차 선을 그었다.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오늘 오후 용산 전쟁기념관~원희룡 장관 거주지(래미안 트윈파크)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보증금 채권매입을 포함한 특별법 마련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미 제시할 건 제시를 다 했다. 정부가 미반환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은 안 된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위나 여론전을 한다고 해서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 못 돌봐…월세 시장 챙길 것"
이날 원희룡 장관은 이화여대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찾아 월세 시장 동향과 관리비 과잉 청구 문제 등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젊은 세대에게 집을 얻어주고 돌봐야 되는 우리 부모 세대가 월세 문제는 작은 부분이라고 여겨왔던 것 같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안타까움과 반성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세대 눈물을 흘리게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의 반응이 약해서는 안 된다"며 "뜨겁고 강력하게 반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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