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심스럽게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연준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직전 회의인 3월에 발표된 성명서에 등장했던 '예상(anticipate)'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이다.
연준은 당시 금리 인상과 관련해 "긴축을 강화할 정책적 추가 조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이 문장에서 '예상'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대신 연준은 "추가 조치가 적절할 수도 있다"는 표현으로 긴축에 대한 톤을 낮췄다.
이는 연준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금리 동결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과 부합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금리 동결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예상'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이 문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평소처럼 통화정책에 대한 모호성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지만, 통화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문을 열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르면 다음 달 13일부터 이틀간 열릴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시장 일부에서 기준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현상에 대해선 "올해 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라며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했다.
기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선 물가가 현재 연준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 2%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2%대 물가상승률을 실현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3%대 등으로 목표를 완화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해선 극도로 정제된 표현을 사용한 데 비해 미국의 은행 시스템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신뢰감을 표시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파산했지만, 미국의 은행 시스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은행 파산 사태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계산된 표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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