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원 '시한폭탄'…미뤄준 대출·이자 상환 임박

입력 2023-05-07 08:04   수정 2023-05-07 08:14


5대 은행이 코로나19 금융 지원 차원에서 원금과 이자를 미뤄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이 3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이달 4일까지 여러 형태로 원금이나 이자 납기가 연장된 대출의 잔액은 36조6천206억원, 건수로는 25만9천594건(만기연장·원금상환 유예·이자유예 중복)에 이른다.

우선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모두 34조8천135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1조5천309억원도 받지 않고 미뤄줬고(원금상환 유예), 같은 기간 2천762억원의 이자도 유예됐다.

결국 현재 5대 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약 37조원의 잠재 부실 대출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금융권과의 자율 협약에 따라 최장 3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상환 유예의 경우 최장 1년간 다시 미뤄줬다. 결국 재연장 결정이 없는 한 오는 9월부터 상환 유예 대상 대출자들부터 금융지원이 사실상 종료되는 만큼, 은행권도 하반기 연체율 등이 갑자기 튀어 오르는 등 대규모 대출 부실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상당 규모의 대출 부실이 숨겨진 상태인데도 최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자, 은행들은 잠재적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예상대로 9월부터 순차적으로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한꺼번에 부실이 터질 가능성까지 있는 만큼, 그에 앞서 한계에 이른 대출자를 먼저 찾아 연착륙을 유도하고 위험을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실 조기 감지'를 위해 AI(인공지능) 등까지 총동원해 위험 징후를 찾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은행 연체율이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데다 9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까지 앞두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 부실 가능성이 큰 대출자를 미리 찾아내 지원함으로써 부실의 전염과 확산을 최대한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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