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7년 만에 가장 이른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작년 겪었던 역대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작물 피해는 물론 용수·전력 부족으로 산업 공급망이 타격을 받게 되면 방역 완화 이후 중국이 꾀하는 경제 회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중국 중앙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15일 산둥성 성도 지난(濟南)시의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기록했다. 베이징과 톈진, 산둥성 웨이팡 등 화북과 화동 일대 도시들도 15∼16일 이틀 연속 35도를 기록해 올해 들어 첫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올해 폭염 경보는 17년 만에 가장 이른 것이며, 작년보다 21일 앞섰다.
앞서 최근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돌면서 에어컨 가동이 급증, 전력난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초에도 정저우와 베이징, 우한, 창사의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해 2008년 이후 15년 만에 3월 초순 기온으로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창장(長江·양쯔강) 유역을 중심으로 닥쳤던 61년 만에 최악 수준의 폭염과 가뭄이 올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 6월부터 수개월간 지속한 폭염·가뭄으로 4㎢ 이상 농경지가 가뭄 피해를 봤으며, 수력 발전의 차질로 인해 곳곳에서 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산업 공급망이 타격을 받았다.
중앙기상대는 올여름 중국 전역에서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폭염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국가에너지국도 올해 최대전력(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 수요) 고점이 작년보다 5.4% 증가하고, 남방 일부 지역은 전력 수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윈난과 구이저우 등 남방 지역은 수개월째 이어진 가뭄으로 식수난과 전력난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윈난은 지난달부터 주력 산업인 알루미늄 생산 공장의 전력 사용을 제한했으며, 땅콩 등 지역 특산물의 작황도 부진한 상황이다.
또 올해 들어 9천여 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했다.
작년보다 한 달가량 이르게 시작된 폭염이 지속하면 농작물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올해 석탄 생산을 대폭 늘려 석탄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가뭄의 영향으로 수력 발전이 차질을 빚더라도 화력 발전을 늘리면 심각한 전력난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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