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웹툰업계에서도 AI 기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웹툰 독자들이 생성형 AI 활용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웹툰 제작과정에서 얼마나 AI를 이용해도 되는지, 이를 공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신작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이 생성형 AI로 제작됐다는 의혹에 휩싸여 독자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전날 무료로 공개된 1화의 별점은 1.94점(10점 만점), 전체 별점도 2.40점에 그쳤다.
이는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요일 웹툰 약 600여편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다.
독자들은 사물이나 옷의 세부적인 모양, 화풍이 컷마다 조금씩 변하고 인물의 손가락 등이 어색하다는 점 등을 들어 작품 전반에 생성형 AI가 상당 부분 활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생성형 AI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대신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기술을 뜻한다. 즉, 사람이 아니라 AI가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다.
이에 웹툰을 제작한 블루라인 스튜디오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AI로 후보정 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을 내놨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스튜디오 측은 "AI를 이용해 생성된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라며 "3D모델과 각종 소재들을 사용하면서 웹툰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줄여보고자 작업의 마지막 단계에서 AI를 이용한 보정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서 기술적으로 AI를 이용해 마무리 작업은 했지만, 창작의 영역에서는 아래와 같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모든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간 웹툰 업계에서는 AI가 작가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창작자 측의 우려에 주로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창작자 못지않게 AI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이 거세다는 점이 이번 논란으로 수면 위에 드러난 셈이다.
독자들은 작가가 손으로 공들여 그리지 않고 명령어와 마우스 클릭을 통해 제작한 웹툰을 상업적으로 판매한다는 데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마우스 클릭을 뜻하는 '딸깍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작가 자격이 없다고 한 독자 댓글에서 이 같은 인식이 단적으로 읽힌다.
반면, 업계에서는 AI는 스케치업 등 다른 디지털 기술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쓰는 도구의 하나로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고 주장한다.
일일이 펜으로 그려야만 작품으로 인정받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으며, 세계 곳곳에서 개발 중인 AI 기술을 무턱대고 막을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AI 관련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한국만화가협회 등 창작자 단체에서는 AI 주제로 포럼을 열고 가이드라인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대 플랫폼인 네이버웹툰도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금지하기보다는 활용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재민 만화문화연구소장은 "AI를 사용했다면 마치 크레딧을 표기하듯 표시할 필요가 있다"며 "활용 여부뿐만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까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미지, 음악 등 콘텐츠가 AI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게 콘텐츠 제작자가 이를 표시하자는 내용의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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