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 이번 MS 빌드 2023에서 주목을 받은 건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챗GPT를 MS의 검색엔진 ‘빙’과 결합한다는 거고,
또 다른 하나는 AI비서 코파일럿을 윈도우에도 적용한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챗GPT는 아주 똑똑한 AI이기는 하지만 개발시점인 2021년 9월 까지의 정보만을 갖고 있어서 오늘 날씨나 오늘 벌어진 이슈 같은, 실시간 정보를 반영하지 못했는데, 검색엔진 ‘빙’과 결합한다는 건, 이런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이 분야는 생각만큼 막강한 경쟁력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경쟁사 구글도 어제부터 자사의 생성형AI 바드를 검색엔진에 탑재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검색엔진 이용자 10명중 9명 이상이 현재 구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코파일럿의 윈도우 적용까지 합쳐진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앵커> 코파일럿은 챗GPT를 활용한 AI비서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22일 MS의 창업자 빌게이츠가 아주 도전적인 말을 했죠.
"(AI비서가 나오면) 당신은 검색엔진 사이트나 아마존에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자신감의 근원에 바로 코파일럿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MS는 코파일럿을 ‘MS 365 코파일럿, 깃허브 코파일럿’. 이렇게 두가지로 운영해 왔습니다. MS 365 코파일럿은 이용자가 명령하면 알아서 파워포인트 화면을 만들어주고, 엑셀의 어려운 함수도 대신 정리해주는 기능 등을 제공합니다. 또 깃허브 코파일럿은 개발자들이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코딩작업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런데 윈도우11에 코파일럿을 적용한다는 건 이것보다 훨씬 큰 변화입니다. 윈도우는 우리가 PC를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운영체제. OS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PC에 지시를 내리면 원하는 음악도 틀어주고, 항공편과 숙박 예약까지 잡아주더라고요.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같은 도구들은 이용자가 다른 걸로 대체하기 쉽지만, 운영체제(OS)는 그러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현재 전세계 PC 운영체제의 최강자는 단연 62%를 점유한 MS 윈도우입니다. 윈도우라는 운영체제를 쓰는 사람이 코파일럿을 사용한다면, 코파일럿은 MS가 운영하는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로 이용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경쟁자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자신들만의 생태계, 강력한 해자를 형성할 수 있는 셈입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이미 챗GPT라고 하는 초거대AI 자체가 남들이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경쟁력 아니었습니까?
<기자>
바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얼마 전 유출된 구글 내부 직원의 언급을 통해서 나타났죠.
“AI에 대해 우리는 해자가 없고, 이건 챗GPT를 만든 오픈AI도 마찬가지다”
쉽게 말하면 초거대AI를 만들었어도, 구글이나 MS가 아닌 제3자가 쉽게 그걸 따라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흔히 MS와 구글의 AI가 연산역량을 뜻하는 ‘파라미터’가 많기 때문에 훨씬 성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연산과정 자체를 단축시키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파라미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실제 메타나 글로벌 유수의 대학 연구진들이 오픈소스를 활용해서 AI 성능을 크게 끌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얼마전 구글도 자신들의 모바일 운영체제에 AI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는데, MS나 구글 모두 운영체제에 AI를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초격차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거군요?
<기자>
네, 물론 여기엔 두 회사의 위기감도 반영돼 있습니다. 윈도우의 PC 운영체제 점유율은 최근 1년새 12%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점유율 역시 4월 들어 처음으로 68%(전년비 2.98%↓) 까지 떨어졌는데, 애플이나 다른 개발사들에게 입지가 조금씩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지배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뿐만아니라 윈도우11이 출시 된 지 1년이 됐는데 여전히 윈도우 사용자 10명중 8명은 이전 버전을 쓰고 있습니다. 윈도우11로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라도 코파일럿 출시가 절실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MS는 앞으로 윈도우10에 대한 새로운 기능 업데이트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윈도우11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국내 빅테크인 네이버·카카오에게는 영원히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것 아닙니까? 하반기에 AI 출시를 앞두고 있잖아요.
<기자>
MS와 구글의 AI출시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반면, 네이버·카카오는 출시일정이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보니 초조한 상황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두 회사는 전략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선 네이버는 오늘 자체 검색서비스의 인터페이스(UI)와 이용자경험(UX)을 AI검색에 맞도록 바꾸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생성형AI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할 예정인데, 이 때 AI가 보여주는 검색결과가 이용자 한명 한명의 특성에 꼭 맞도록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카카오는 생성형AI koGPT의 한국어 역량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이 생성형AI 바드에 한국어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하자 대응에 나선 겁니다. 일단 AI의 한국어 수준을 극단까지 끌어올린 뒤 점차 국내에 특화된 AI서비스들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방침을 전했습니다.
<앵커>
IT인사이드, 산업1부 이근형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강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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