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를 두고 논란이 된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여성 상대 강력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 공개 확대 방안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지시는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이날 이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A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 이르러 검찰이 강간살인미수를 적용하면서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성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로 A씨의 신상정보를 정보통신망에 공개하는 선고로 일단 2심이 마무리됐다. 이 형이 확정되면 A씨의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될 전망이다.
A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가능성은 열렸으나,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때 역시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지리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우선 A씨처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일 경우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아울러 국민의 알권리와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니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 또한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A씨의 범죄 사실만 놓고 보면, A씨는 당연히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될 것으로 여겨지지만, 수사 단계에 있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라 재판받는 있는 '피고인' 신분인 A씨는 이들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특강법이나 성폭법 모두 신상정보 공개와 관련, 피고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수사기관인 검찰이 A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적 미비로 인해 피의자의 신원은 공개할 수 있는데, 피고인의 신원을 공개하지 못하는 게 적합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법적 미비를 빨리 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성폭법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 정보통신망에 신상을 공개토록 하는 명령을 판결과 동시에 선고할 수 있다. 이 외에는 신상정보 공개가 불가능하다. 법원 단계에서는 성범죄자를 제외하면,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고 해도 신상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이 닫혀 있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을 확실히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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