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고압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으나, 확전을 피하려 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싱 대사에 대해 중국 측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한 입장을 질문받자 즉답을 하지 않은 채 싱 대사 관련 한국 언론 보도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각계 인사들과 만나는 것은 싱 대사의 직무라며 "대대적으로 부각할 화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을 강하게 비판·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온 중국이 싱 대사에 대한 '인사조치' 요구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한국 측 입장을 즉각, 선선히 수용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하는 대신, 이번 사안이 "대대적으로 부각할 화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사태의 확전을 피하려는 의중도 읽혔다.
중국은 한국 외교부가 지난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자 그다음 날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맞불 항의를 하는 등 '강 대 강'의 기류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측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사실상 싱 대사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자 중국이 확전을 피하려는 듯한 메시지를 낸 것이다.
우선 중국은 이번 일이 한중관계를 넘어 국제적 관심사가 됨으로써 중국의 전랑(늑대전사) 외교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을 피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대사들의 '거친 입'이 일으킨 '설화'는 싱 대사 건만이 아니다.
우장하오 주일대사는 4월 기자회견에서 대만의 유사시(전쟁이나 사변 등 비상사태 발생 시)는 곧 일본의 유사시라는 인식에 대해 "일본의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루사예(59) 주프랑스 대사는 3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구소련 지역 국가들은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고 발언해 각각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미·중 갈등 심화 속에 '우군'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대사의 일반적인 업무 관행을 한참 벗어난 싱 대사 발언이 계속 화제가 됨으로써 대외 이미지가 나빠지는 상황을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싱 대사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다면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뒤 임기를 채우고 이임하는 모양새로 싱 대사를 교체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외교가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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