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틱톡' 금지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을 포함해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회사가 무더기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안이 틱톡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을 너무 광범위하게 제재하려고 하기 때문인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이 한국 기업의 활동에 제한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일명 틱톡금지법(DATA Act·H.R.1153)을 처리해 하원 본회의에 '가결 의견'으로 회부했다. 다만 이 법안은 아직 하원 본회의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이 발의한 법안은 중국 정부가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확보하거나 선거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작전에 사용할 수 있어 안보 우려가 제기된 틱톡과 이와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을 미국에서 퇴출하는 게 목적이다.
법안은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서 부여한 권한에 따라 미국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행동을 고의로 한 외국인(법인 포함)을 제재하도록 했다.
그 제재대상은 중국의 관할이나 영향 내에 있으며 중국의 군사·첩보·검열·감시·사이버, 정보작전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커넥티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지휘, 거래(operate, directs, or deals in)하는 외국인으로 규정했다. 또 미국이나 동맹, 미국이 민주주의 파트너로 간주하는 국가의 선거에 개입하는 외국인도 제재 대상이다.
아울러 제재 대상 행위를 한 외국인의 거래를 가능하게 하거나 재정· 물질·기술적으로 지원한 외국인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해석하기에 따라 틱톡 등 중국의 애플리케이션 기업과 거래하는 모든 외국 기업이 제재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외교위는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법안을 심의하고 찬성 24표 대 반대 16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외교위의 민주당 위원들은 전원이 법안에 반대했다.
외교위가 본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미크스 의원의 반대 의견이 수록됐는데 그는 "법안은 전 세계에 있는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의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도체를 지목했다.
그는 "반도체 제조와 공급망이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는 광범위한 여야 합의가 있다. 하지만 TSMC, 삼성, SK하이닉스 모두 이 법에 따라 제재될 중국 기업들에 반도체를 팔아 큰 이익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에 규정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에 따라 이들 대만과 한국의 각 기업은 부득이하게 의무적인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차 제재는 제재의 직접적인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까지 제재하는 것으로 미크스 의원은 "법안은 중국에 기반을 둔 모든 기업과 사업하는 우방과 동맹을 의무적으로 제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도 법안이 제재 대상을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해 미크스 의원이 지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법안이 외교위 처리안(案)대로 통과되지 않고 수정될 여지도 있다.
현재 하원뿐 아니라 상원에도 틱톡금지법안이 발의됐는데 통상 상·하원에서 비슷한 법안이 발의돼 통과되면 최종적으로 절충안을 마련하게 된다.
상원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함께 발의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법안에 지지를 표명한 바 있어 상원 버전이 통과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은 "현재 (하원) 외교위 버전에는 우려되는 내용들이 들어 있지만 상·하원에서 논의하면서 어느 정도 절충될 수 있다"며 "다만 우리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때 경험했듯이 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법안 논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전에 기업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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