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의 값비싼 프러포즈 문화에 대해 미국 주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명했다.
WSJ은 14일(현지시간) '결혼식에 앞선 고가의 장애물 : 과시용 4천500달러(약 574만원)짜리 프러포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한 한국에서 고가의 프러포즈 트렌드가 커플들에게 압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한국에서 인구가 줄어든 데다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는 이들이 감소하면서 혼인 건수 자체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급 호텔에서 큰돈을 들여 프러포즈 이벤트를 해야만 한다는 트렌드는 커플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고, 혼인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WSJ은 한국의 한 직장인 커플 사례를 소개했다.
오모(29)씨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면서 값비싼 비용이 드는 것에 불만을 느꼈고, 이에 결혼반지는 물론 예식장 역시 수수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오씨조차 프러포즈만큼은 하룻밤 멋진 호텔에서 묵으며 받기를 원했고, 얼마 전 남자친구는 실제로 꽃장식과 샴페인이 포함된 하루 1천200달러(약 152만9천원)짜리 패키지를 통해 청혼을 해왔다고 한다.
WSJ은 인스타그램에 '호텔 프러포즈'로 검색하면 관련 해시태그에 게시물 4만개가 넘게 검색된다고 보도했다. 약혼한 커플이 올리는 프러포즈 사진에는 종종 고급 보석과 명품 가방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김모씨는 얼마 전 여자친구가 지인이 프러포즈 선물로 받았다는 샤넬 핸드백 사진을 보여주자 내심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씨가 친구들에게 이와 관련해 고민을 털어놓자 반응이 엇갈렸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는 반응이었지만, 기혼자 친구들은 '부실한 프러포즈로 남은 평생 지적받을 수 있다'며 가방을 선물로 챙길 것을 조언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청혼 비용이 최소 3천달러(약 382만5천원)는 들 것 같다"며 "원래는 올여름에 프러포즈할 생각이었지만, 연말까지는 저축하며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호텔 프러포즈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좀처럼 멀리 여행을 갈 수 없게 된 커플들이 5성급 호텔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WSJ은 지난 1월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사치품 소비 규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며 "럭셔리한 트렌드로 인해 옛날 전통적인 방식의 청혼이 거북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