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가 직접 라면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서면서 라면 회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업계가 다각적인 검토에 나섰지만, 라면 가격 인하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입니다.
보도에 유오성 기자입니다.
[기자]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3사 시가총액이 오늘 3천억원 가량 증발했습니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하 발언에 수익성 훼손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라면 회사들은 지난해 9월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라면 가격을 9~11% 가량 일제히 올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밀가루 가격이 1년 전보다 절반 가량 떨어졌으니 라면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사실상 가격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인 라면 3사는 일단 가격 인하를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라면업계 관계자: 다방면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검토는 해봐야 될 것 같다..]
하지만 라면업체들이 가격을 인하 할지, 한다면 언제, 어느 폭으로 할지는 불투명합니다.
라면업체들은 국제 밀 시세 등 원재료 값이 내림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고, 국내 제분회사에서 사들이는 밀가루 값은 그대로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또 기존에 비싼 가격으로 산 원재료 재고를 모두 소진한 뒤에나 신규 생산분의 출고가를 낮출 수 있는 만큼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라면업계 관계자: 저희 같은 경우 제분사에서 밀을 받아 쓰니까 그게 반영이 되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리고, 또 (재료가) 들어와서 제조하고 과정이 거치면 1년~1년 반 걸릴 수 있죠]
정부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면을 콕 집어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의 일입니다.
당시 라면 회사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자,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라면을 많이 먹는 서민에게 100원 인상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이 가격 인하로 이어진 것은 2년 뒤인 2010년, 인하 폭은 20~50원에 불과했고, 그 이후 라면 가격은 한번도 내린 적 없이 오르기만 했습니다.
오늘 라면 회사들의 주가 하락이 과했다는 분석이 증권가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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