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최저임금 업종 구분...1만2천원 몽니에 ‘파열음’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6-20 19:01   수정 2023-06-20 19:01

    <앵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하는 법정 심의 기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둘러싸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3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여섯번째 최임위 전원회의가 진행 중인데요.

    자세한 내용, 현장에 나가 있는 경제부 전민정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내년 최저임금 관련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되고 있습니까?

    <기자>

    오늘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놓고 또한번 머리를 맞댔습니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극심한 의견차이로 충돌하면서 지난 세차례의 논의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는데요.

    이번 회의에서도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영계는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편의점업, 택시운송업, 음식·숙박업 등 3개 업종에 별도의 임금을 적용하자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는 "영세 소상공인들은 직원들의 인건비를 맞춰주기 위해 대출까지 받고 있다"는 현실을 전하며 최저임금 수용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통계까지 제시했습니다.

    실제 올해 5월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974조원에 달하고 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436만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올 들어 4월까지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1년 전보다 60% 늘었고, 자영업자가 은행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정부 재원으로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율도 5월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나 급등했다"며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자영업자의 폐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노동계에선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지 말라며 맞섰는데요.

    "임금의 최저 기준이 최저임금인데 여기서 더 낮은 임금을 정하자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최저임금위가 아닌 다른 정부 위원회에서 이들의 경영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을 위한 논의는 아예 시작조차 못한 건가요?

    <기자>

    당초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오늘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하지만 공식적으로 오늘 회의에선 최초 요구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노동계는 앞서 최초 요구안으로 1만2천원을 제시했는데, 내일쯤 기자회견을 열어 1만2천원 보다 금액을 더 높인 요구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영계는 아직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경영계가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날 경영계가 "최저임금을 단일임금으로 설정한다면 임금지불능력이 취약한 업종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 비춰보면, 동결 이상의 카드인 '삭감'을 주장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앵커>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을 경영에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꼽았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외국인투자기업 200여곳을 대상으로 '외투기업 국내 노동환경 인식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외투기업의 10곳 중 4곳은 '최저임금과 임금상승 등 인건비 부담'을 경영에 부담을 주는 가장 큰 노동현안으로 꼽았습니다.

    대한상의는 최근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중국의 대안 투자국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선 노동현안 애로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당정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까지 확대 추진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근로자에게 연차휴가, 대체휴일을 보장해야 하고 연장·휴일·야간수당 등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외식업중앙회는 이와 관련해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전국 소상공인에게 '가게 문을 다 닫으라'는 얘기"라며 "논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일단 오늘 회의에서 노사간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낸 업종별 구분적용은 이번주 목요일 열리는 7차 전원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표결에 부쳐진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임위 공익위원 구성이 같았던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는 찬성 11명, 반대 16명으로 부결됐기 때문입니다.

    또 최임위는 다음 회의에서부터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에 대한 논의에도 들어가야 하는데요.

    올해도 법정 심의기한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률이 어떻게 정해지든 최저임금조차 주지 못하는 취약 업종에 대한 대안 마련은 또다른 과제로 남게 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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