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려는 가운데, 생존 피해자의 거부로 광주지법에서 '불수리' 결정이 나왔다.
4일 외교부는 제3자 변제 수행 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은 전날 해법 거부 입장을 고수하는 원고 4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해당 피해자 또는 유족의 주소지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재단이 공탁자로서 등록된 사건은 광주지법에 1건, 전주지법에 1건 등 총 2건이다. 이중 광주지법 사건은 공탁관이 '불수리'를 결정했다.
이 사건은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 관한 공탁으로, 양 할머니가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공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혀 법원이 불수리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외교부는 입장을 내고 "불수리 결정은 법리상 승복하기 어렵다"며 "즉시 이의절차에 착수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공탁 제도는 공탁 공무원의 형식적 심사권, 공탁 사무의 기계적 처리, 형식적인 처리를 전제로 운영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며 불수리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변제 공탁 제도는 원래 변제를 거부하는 채권자에게 공탁하는 것으로서, 그 공탁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판단될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이번 불수리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은 재단에서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했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5명 중 11명이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피해자 4명이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들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제3자 변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피해자 측에선 정부의 공탁 시도를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의 채권을 결국 소멸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민족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공탁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외교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광주지법에는 또 다른 생존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도 제출됐는데 공탁관은 공탁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춘식 할아버지의 경우는 절차가 끝난 게 아니라 보정권고를 받아 관련 서류를 보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통상적인 보완 절차의 일부로, 접수 이후 심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주지법에는 사망 피해자인 고(故) 박해옥 할머니 유족을 대상으로 한 공탁이 전날 제출됐으며 상속인을 (유족 등으로) 수정하라는 취지로 보정 권고를 해 아직 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 유족에 대한 공탁도 조만간 유족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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