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이번 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다자회의를 계기 삼아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간의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한·중 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13∼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 박 장관과 왕 위원이 나란히 참석하는 기회를 활용해 양자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회담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양측 다 한중간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박진 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한 뒤 왕이 위원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중국과 상호 존중과 호혜 등에 입각한 관계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런 기본 입장에 바탕을 두고 한중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중·한 양측은 아세안 관련 일련의 외교장관 회의 기간 양자 교류를 하기 위해 외교채널을 통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한중 회담 개최 여부·일정에 대해)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라인의 1인자이자 전임 외교부장이었던 왕 위원은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건강상 이유로 이번 아세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대타'로 참석하게 됐다.
미·중이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등의 연쇄 방중으로 '대화 있는 갈등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한중간에도 고위급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양국 모두 일정한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진-왕이 회담이 성사되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고도화와 그에 맞선 한미일의 안보 공조 강화를 둘러싸고 팽팽한 논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통제에 중국이 희귀 금속인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로 맞선 상황에서 한중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는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이 성사되면 이견은 적지 않을 것이나, 올해 들어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양국 간 고위급 외교 대화를 복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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