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야심 차게 도입했지만, 실제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 아닌 한국과 일본 등 외국 기업이라는 분석이 외신에서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이 지난해 통과된 기후법을 통해 녹색에너지 산업 구축을 위한 엄청난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쏟아부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 등을 명분으로 도입한 IRA를 통해 녹색에너지 분야에 3천700억 달러(약 468조원) 규모의 보조금이 전해진다.
IRA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지배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으로, 이 법안의 세금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부품과 원자재 상당 부분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 기업에 득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WSJ은 한국, 일본, 중국 등의 기업 관련 프로젝트 규모가 전체 미국 정부 지출의 60%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터리 공장의 경우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외국 기업과 연관됐다며 WSJ는 "이러한 해외 제조업체는 수십억 달러의 세금 공제를 청구할 수 있어 기후법과 관련한 가장 큰 승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파나소닉을 예로 들었다. WSJ은 파나소닉이 네바다주나 캔자스주에서 운영하거나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용량에 근거해 매년 20억달러(약 2조5천억원) 이상의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파나소닉은 현재 미국에 세 번째 공장을 짓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세금 공제를 받는 한국 기업으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소개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공장을 건설, 운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미국 내 생산능력을 GM 1·2·3 공장(140GWh), 혼다 JV(40GWh), 미시간 단독공장(26GWh), 애리조나 단독공장(43GWh) 등을 포함해 총 250GWh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WSJ은 IRA로 인한 혜택이 외국 기업으로 흘러가는 이유에 대해 미국이 자체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RA은 녹색에너지 산업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하기 위해 기획됐지만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장비를 만드는 기술이 해외에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전략 책임자인 아니케트 샤는 "세계화된 경제에 살다가 갑자기 국경을 세우고 '미국 기업에 의해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