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구 절반 이상에 폭염 관련 주의보 또는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남부 텍사스주(州)의 경제 손실이 95억 달러(약 12조1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리서치업체 페리먼그룹을 인용해 미국 남서부 지역을 한 달 넘게 달군 폭염이 다음 달까지 이어질 경우 텍사스의 경제성장률이 0.47%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주내 총생산(GSP) 감소치는 95억 달러다.
이 같은 현상이 예상되는 것은 폭염 탓에 경제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폭염이 시작된 6월 중순부터 한 달간 텍사스의 관광·오락·스포츠 업계에서 중소 규모 업체 고용자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19.6시간으로 예년에 비해 20% 급감했다. 무더위 때문에 고객이 줄고, 일거리가 줄어든 탓이다.
미주개발은행(IDB) 소속 경제학자인 브리지트 호프먼이 지난 2019년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 여름의 평균기온이 화씨 1도 상승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0.154% 감소한다.
이 논문은 농업과 건설, 금융, 보험 등 산업 분야 전반이 더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대도시이자 텍사스의 경제 중심인 휴스턴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경제활동 저하 현상이 확연하게 감지되고 있다.
WSJ은 현재 휴스턴은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반처럼 거리에서 사람을 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폭염 때문에 주민들이 야외로 나가는 것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생필품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불필요한 사회활동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민들의 행동 변화는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휴스턴의 고급 거주지역 하이츠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올해 폭염이 시작된 이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레스토랑 경영인은 "(남부지역인 텍사스에서는) 38도의 폭염도 희귀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38도 폭염이 두 달간 계속되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염 속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휴스턴의 한 냉방 시스템 수리업체는 각종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숙련된 기술자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냉방 시스템 수리를 위해선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밀폐된 공간이나 땡볕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이 같은 극한 환경에서 일을 하려는 기술자들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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