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부유층이 미국 전체 온실가스의 40%를 배출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학 재러드 스타 교수팀은 18일 과학저널 '플로스 기후'(PLOS Climate)에서 미국인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계 소득과 연결해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투자가 배출 불균형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금융 투자를 통해 얻은 소득과 그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사용된 배출량을 연결한 최초의 연구라며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입안자들은 주주와 투자 소득의 탄소집약도에 초점을 맞춘 세금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그동안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양과 종류, 운전하는 차량, 구매하는 물건 등 소비가 온실가스 배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소비를 제한하거나 더 친환경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왔다.
스타 교수는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기 위해 소비를 제한하는 방식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고 투자하는 극부유층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불균형적으로 불이익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 기반 접근 방식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며 "탄소 오염은 소득을 창출하지만 그 소득이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주식에 재투자되면 소비 기반 탄소세의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8억건이 넘는 산업 부문 간 금융 거래 데이터가 포함된 30년간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 탄소와 소득의 흐름을 추적하고 이를 통해 공급업체 기반 온실가스 배출량과 생산자 기반 온실가스 배출량이라는 두 가지 값을 계산했다.
공급업체 기반 배출량은 경제에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업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이고 생산업체 기반 배출량은 석탄화력발전소처럼 사업체 운영 자체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확보한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미국인 500만명 이상의 상세한 인구 통계 및 소득 데이터가 담긴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연결, 임금이나 급여 같은 능동적 소득과 투자를 통해 창출되는 수동적 소득을 구분해 분석했다.
각 소득 그룹의 폭(X축)은 국가 배출량에서 각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며 색상은 소득 범주다.[Starr et al., PLOS Climat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결과 미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의 40% 이상이 소득 상위 10%의 소득 흐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소득 상위 1%가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17%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종별로는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소득은 백인과 비 히스패닉계 가구에서 가장 높았고 흑인 가구가 가장 낮았다. 나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45~54세에 정점을 찍은 후 감소했다.
이 연구에서는 또 온실가스 배출 강도가 극히 높은 '슈퍼 배출자'도 확인됐다. 슈퍼 배출자들은 대부분 소득 상위 0.1%에 속했으며 투자 분야는 금융, 부동산, 보험, 제조업, 광업, 채석업 등이 많았다.
스타 교수는 "소득 기반 배출량 분석은 탄소 배출로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소득 및 주주 기반 과세 등을 통해 기후변화로 많은 이익을 얻는 미국인들이 산업·투자를 탈탄소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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