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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치료제에서 얻은 의외의 효능…시총 순위 뒤집은 일라이릴리 [바이 아메리카]

김종학 기자

입력 2023-08-20 13:36   수정 2023-08-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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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최대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LLY)


    우리나라에도 곧 들여온다고 하죠. 주사 한 번에 다이어트가 가능하다는 마법같은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요즘 미국에선 구하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고가인데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이 직원들의 보험 보장에서도 제외하는 걸 고민할 정도의 파장이 일고 있죠. 급기야 이걸 만든 덴마크 제약 회사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내 공급 제한을 또 연장했습니다.



    일찌감치 알려진 대로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의 트윗, 마린린 먼로의 드레스를 입으려 3주 만에 감량에 성공한 킴 카사디안을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구하려 입소문이 난 비만치료제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도 임상을 막 통과했지만 물량을 구하는 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비만은 만성 질병으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치료 대상입니다. 하지만 튀어나온 올챙이배를 숨기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식단조절하고, 운동하는 삶은 현대인들에게 이만 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죠. 이걸 먼저 파고든 기업, 이른바 덴마크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인슐린 치료제 기업 노보 노디스크는 주가가 1년간 70% 넘게 올라 나라 전체 경제력을 뛰어넘을 지경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재주 부리는 사이에 덩달아 잘 나가는 미국 제약회사가 있습니다. 이달들어 은행 신용강등 위기로 난리가 난 시장에서도 홀로 오릅니다,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미국 뉴욕주식시장에서 반짝이는 기업들을 들여다보는 바이 아메리카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당뇨의 치료 제재를 처음 상용화하고, 점유율 경쟁이 붙은 비만치료제까지 출시를 앞둔 회사, 여기에 치매 치료제 개발 막바지에 이른
    세계 최대 제약회사 일라이릴리 이야기(티커명:LLY)입니다.



    오랫동안 세계 최대 제약회사는 존슨앤드존슨이었어요. 코로나 기간 화이자가 많이 따라왔지만, 시총은 거의 2배 차이 배당왕에 손 안대는 사업이 없는 거대 기업입니다. 그런데 그 뒤에서 인슐린 제재로 따박따박 성장 지속하면서 이 노하우로 다이어트약 '마운자로'까지 개발하면서 시총 순위 역전에 성공한 기업이 일라이 릴리입니다.

    요즘 인슐린 제재도 공급 물량이 부족해 환자들이 크게 힘들어하고 있다고 하죠. 100년 전까지 당뇨는 정말 인류에게 죽음의 병으로 여겨져왔어요. 약이 없으니 식사를 줄이는 극단적 처방 뿐인데다 심장질환, 뇌줄중에 눈, 신장 기능이 마비돼 목숨을 잃게 되는데, 19세기까지 사망율은 70%에 달할 정도로 최악의 질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5억 명, 2019년 기준으로 4억 6천만 명의 인구가 고통받고 있는데, 이 질병의 치료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3대 기업 중에 하나가 일라리 일리입니다.



    본래 혈당을 줄여주는 인슐린이란 말은 라틴어로 '섬'이란 뜻의 '인슐라(insula)'에서 따온 거예요. 우리 몸 속 췌장을 관찰하다 소화 기능을 하진 않는 것 같은데
    뭉쳐있는 세포를 발견한 과학자 이름을 따서 '랑게르 한스 섬'이라 불렀거든요.

    나중에 여기서 혈당을 조절하는 물질이 나오는 걸 알고 인슐린으로 부르게 되고, 이제 이걸 쥐어 짜낼 방법을 찾게 되는데, 20세기들어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프레데릭 벤딩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소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정제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 생산을 돕고 상용화한 회사가 일라리일리, 그리고 나중에 1년여의 시차를 두고 상용화한 곳이 노보 노디스크예요. 나중에 노벨상도 받게 된 캐나다 연구팀은 인류를 위해 1달러 특허로 대학에 기증했지만,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내며 거대 제약회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지금도 릴리의 주요 제품 가운데 올해 2분기 기준 기존 당뇨 치료제(트루리시티)가 22%, 개량한 치료제 자디앙(8.5%), 휴마로그(5.3%)까지 약 1/3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 회사는 147년이나 된 오래된 제약회사인데,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그렇듯이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곳이에요. 남북전쟁 베테랑인 일라이 릴리가 가족 약품회사로 창업했는데, 말라리아 치료제(퀴닌), 이후 피부질환 치료제에 복용량이 일정하도록 알약 정제 기술을 만들어서 1900년대에 이미 상당히 큰 회사였어요.

    필수 약품을 만들다보니까 대공황에도 살아남고, 2차 세계대전 중엔 페니실린의 대량생산에 참여하고, 혈장 처리까지 관여하면서 회사를 크게 키웁니다. 이후에 소아마비백신, 백혈병 백신처럼 치명적인 병에 쓰이는 약물로 기반을 늘려온 곳이에요.

    대표 약품 가운데 인슐린 치료제 비중이 작년 연간 기준 50% 수준인데 나머지 약품도 조기 유방암치료제인 버제니오(Verzenio, 11.2%), 만성 피부질환 치료제인 탈츠(Taltz, 8.5%), 위암치료제 사이람자(Cyramza, 3.1%), 대표적인 불면증 치료제이자 사건사고에 종종 등장하는 졸피뎀을 만든 곳도 이 회사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71억 달러, 우리 돈 10조원 수준, 올해 깜짝 실적을 낸 2분기 석달간 2조 8천억원 가까운 수익을 낸 기업입니다. 지난해 연간 그로스마진은 76.8%, 올해 2분기엔 78.3%까지 늘었고, 분기 주당 순이익이 전년대비 69%나 증가하면서 팬데믹 이후 가장 수익성을 크게 보여준 제약회사입니다.



    주가를 보면 나오지만, 한 차례 푹 꺼진 자리 이 시점에 위기도 있었어요. 미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부터 인슐린 처방약 인하를 추진해왔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 그 압력이 커지자 릴리는 인슐린 제재 가운데 가장 비중이 낮은 약 휴마로그 가격을 70% 내리기로 한 상태입니다. 실제 가격인하는 오는 4분기부터 적용될 예정이구요.



    기존 처방약의 매출은 정체가 불가피하니 주가도 흔들린건데 이걸 모두 만회하고 제약회사 순위를 뒤집은 약물이 바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입니다.



    그동안 살 빼는 약은 나비약으로 불리는 펜타민 계열, 향정신성의약품인데다 요즘 문제가 되는 마약류로 부작용도 적지 않았어요. 1990년대에도 '펜펜'이라는 비만 치료제 열풍이 있었는데 나중에 심혈관에 치명적인게 알려져서 판매 중단되기도 했다고 해요.



    그런데 내분비물질만 전문으로 파고든 회사들이 여기서 일은 냅니다. 삭센다, 이번에 미국에서 열풍인 위고비는 모두 인체가 갖고 있는 자연적 혈당 분해 과정을 흉내낸 거예요.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에서 GLP-1이라는 단백질이 혈당을 억제해주는데 자연적으로 1분 만에 사라져요. 이런 반감기를 늘려서 약효를 오래 유지하면 돈이 되겠죠. 선두주자인 노보 노디스크가 이 구조를 본따서 분자 배열을 바꾼 다음 지속 시간을 13시간으로 매일 주사 맞는 정도로 만들고, 다시 용량을 늘려서 일주일로 연장해서 만드는데 이게 바로 2014년에 나온 삭센다, 17년에 출시한 위고비 주사제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이면 우리 돈 180만원 가까이 들지만 임상기간 1년여가 지난 뒤 14.8%가량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되면서 너도나도 찾고 있는 약이 된거예요.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효능이지만, 더 좋은 약이 나온다는 소식에 연구자, 투자자들이 들썩이고 있는 겁니다.



    일라이릴리이 만든 '티르제파티드' 마운자로는 혈당은 더 줄이고, 포만감은 늘려주는 물질 GLP-1, GIP에 동시에 작용하는 주사제예요. 아직 당뇨치료제로만 승인 받은 정도인데도 전체 매출 비중 11% 수준입니다.

    현재 비만치료제로 승인 대기 중인데, 마지막 임상에서 환자들의 체중이 평균 22.5% 줄었고, 무엇보다 아직까진 부작용이 덜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어요. 장 운동을 억제하다보니까 메스껍고 오심이 생길 수 있고, 우울감이 있는 경우엔 처방할 수 없는 약이라 부작용이 적을 수록 더 경쟁력이 있겠죠.



    여기에다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알약도 개발 중인데, 주사제의 부담을 줄이면서 감량 효과는 비슷한 약이 또 임상 중에 있습니다.이런 기대에 미국 내 투자자들의 기대도 적지 않아요.

    올해 상반기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BofA)은 마운자로가 앞으로 26조원 규모 비만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고, UBS는 일라이릴리가 가장 적은 위험을 안고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일라이릴리 주가는 이제 투자은행들이 제시한 평균 540달러선을 넘어셨죠. 현재시점까지는 골드만삭스는 중립의견이지만 제이피모건, 바클레이스 등은 비중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주가를 설득력있게 만드는 건 앞으로 나올 나머지 신약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일라이릴리는 치매 실험 신약인 도나네맙(Donanemab)의 미국 FDA 허가도 추진하고 있죠. 인지저하능력을 35% 정도 낮춘 효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이오젠, 머크 등과 개발 경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앞으로 알약형 비만치료제 허가와 치매 신약이 완전히 시장에 등장하는 건 2025년, 2027년까지 절차를 모두 마친 이후에나 가능할 걸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인류의 만성질환, 특히 성인비만 평균 20% 이상인데다 지역에 따라 비만유병율 40%가 넘는 미국에선, 심장과 뇌줄중 등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약으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보도를 보면 이런 치료제의 등장을 두고 '뚱뚱한 것은 네 탓'이라는 오래된 편견을 깨뜨리는 계기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호르몬이나 분비물질의 문제를 좋은 치료제 하나로 해결하면서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계기가 된다는 관점에서 말이죠.

    부쩍 오른 주가만큼 높은 가격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랜 질환에서 벗어날 계기가 되는 치료제, 여러분이라면, 그 성공 가능성에 베팅하시겠습니까?



    (기획: 김택균, 구성: 김종학, 편집: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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