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술방' 인기에 지상파 가세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근 5주 연속 출연자들의 음주 장면이 방송됐다.
청소년도 시청할 수 있는 '15세 이용가'지만 7∼8월 8차례 방송 중 7개 회차에서 출연자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등장했다.
유튜브에서 연예인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채널이 인기를 얻고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콘텐츠에도 툭하면 음주 장면이 등장하는 와중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마저 음주를 빈번하게 소재로 삼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연자들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노출시키고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콘셉트로 보이지만 무분별하게 음주 욕구를 자극하고 청소년의 잘못된 호기심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는 방송이 음주·흡연·사행행위·사치·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신중히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끈 이른바 '술방'을 지상파에서도 차용하면서 경계가 무너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TV 방송이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튜브 등 OTT를 따라간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음주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3일 연합뉴스에 "OTT와 '숏폼' 콘텐츠에 음주나 흡연, 욕설이 그대로 나오는데 매체의 경계가 무너지는 요즘에는 기존 방송도 여기에 편승하는 모양새"라며 "음주 장면에서 '진솔', '솔직', '인간적' 과 같은 단어를 방패막이로 삼지만 결국 음주 문화에 관대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현재 음주 콘텐츠 등을 강력히 제재할 수단이 없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는다"며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업데이트하듯 음주에 관한 방송 가이드라인도 재정비해야 한다. 약간의 강제성도 부여해 이를 더 준수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술을 마시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음주에 관대해지고 둔감해진다. 음주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조차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선 OTT나 유튜브를 규제할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지상파 등 방송 채널에만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도 어렵다"며 "사회·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술이 어떤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콘텐츠를 만들 때 이를 지양하자는 합의와 '음주 방송 자제'를 위한 시청자들의 문제 제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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