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상승에 고정형 대출금리 올라...차주 부담 커질 수도"
최근 국내 통화정책 여건이나 기대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도 국고채 금리가 미국 국채금리에 동조화돼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물에 대한 한미 국채금리 동조화가 강해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금융채 5년물을 준거 금리로 삼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를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올린 이후 5회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차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여전한 이유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두 나라 간 금리를 실증 분석한 결과, 장기물일수록 미 국채금리의 영향이 커진 가운데, 올해 들어 중·단기물을 중심으로 미 국채금리의 영향이 낮아져 한·미 금리 동조화가 만기별 차별화로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물의 경우 미국 국채 금리의 영향이 지난해 18∼19%에서 올해 들어 10%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10년물에 대한 영향은 소폭 감소에 그쳐 여전히 50%를 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7월 25∼8월 21일, 우리나라 1년 이하 단기물 국고채 금리는 보합세(3개월물 -0.01%p·1년물 +0.04%p)를 유지했다.
하지만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의 경우 각 금리 상승 폭(+0.29%p·0.15%p) 가운데 약 56%(0.16%p)와 39%(0.06%p) 정도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영향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미국 금리 상승의 영향이 우려할 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가계·기업의 대출금리에서 1년이하 단기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의 비중이 크고, 회사채·은행채 등의 발행 만기 역시 3년물 이하 중·단기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국내 장기 금리의 경우 여전히 미국 국채 금리와의 동조성이 강해 이와 연계된 일부 대출금리, 은행채·회사채 금리 등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 연준이 긴축 기조에서 선회하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주담대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21일 장중 4.35%를 돌파하며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채 등 채권 금리도 같이 뛰어 고정형 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달 말 4.39% 수준까지 올랐다.
일반적으로 은행채 금리는 국채 금리를 따르는 경우가 많고, 국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에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정책모기지 공급 확대 등으로 가계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미 국채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아울러 "향후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미국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는 만큼 미국 국채금리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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