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찾는 '혼술족'의 취향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품목을 늘리고 최고 1억원짜리까지 고가 제품을 선보이는 등 양주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주변 편의점에는 1만원 안팎의 조니워커, 짐빔, 잭다니엘스, 발렌타인 등 200㎖ 미니부터 500㎖, 700㎖ 사이즈, 전용 잔과 묶어 파는 패키지까지 다양한 양주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양주는 매장에는 안보이지만, 편의점 앱을 통해 예약 주문한 뒤 픽업할 수 있다.
1천여종의 양주를 판매중인 GS25에서는 1억원짜리 초고가 위스키인 '고든앤맥페일 프라이빗 컬랙션 밀튼 1949'를 구할 수 있다. 이 위스키는 1949년 스코틀랜드에서 오래된 증류소 중 한 곳인 밀튼에서 나오는 역사적인 위스키로, 전 세계 180병만 한정 생산돼 희소성이 가장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1억원짜리 양주 구매 문의는 종종 있지만, 구매로 이어진 적은 아직 없다고 GS25 관계자는 전했다.
CU의 경우 모바일 주류 예약 서비스인 씨유 바(CU BAR)를 통해 500여종의 양주를 판매 중인데 '달모어25년'가 329만원으로 최고가 제품이다. 이마트24는 양주 180여종을 판매하며, '야마자키 미즈나라 캐스크 18년'과 '하쿠슈 피티드 몰트 캐스크 18년'이 각각 630만원으로 최고가이다. 세븐일레븐은 양주 70여종을 판매하며, 이 중 가장 비싼 제품은 '맥캘란쉐리18년'(53만9천원)이다.
편의점 영업 초기에도 양주는 있었지만 캪틴큐, 나폴레옹, 패스포트 등 주정을 섞은 국내산 양주와 윈저, 앱솔루트, 스카치블루, 발렌타인, 임페리얼, 앱솔루트 보드카 등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상품들 위주였다. 당시 양주 매출은 편의점 전체 주류 매출의 1%에 불과했다.
2010년대에도 편의점 양주 품목이 늘긴 했지만, 사람들은 와인에 더 관심을 가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식이 줄고 혼자 집에서 마시는 이른바 '혼술족'이 늘면서 양주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었다.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위스키를 탄산수나 음료에 섞어 하이볼 등으로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가 유행한 영향도 컸다.
2020년부터 편의점 모바일 예약 구매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양주 종류가 많아지자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전년과 비교해 CU의 한해 양주 매출은 2020년 59.5%, 2021년 99.0%, 작년 49.5%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9월은 28.8% 늘었다.
이마트24의 양주 매출은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18%, 117% 급증했다. 작년에는 33%, 올해 1∼9월은 35% 각각 늘었다. 세븐일레븐의 올해 1∼9월 양주 매출은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고, 그중에서도 위스키 매출은 100% 늘었다. GS25의 경우 올해 월평균 위스키 매출은 2018년과 비교해 8배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는 편의점들이 인기 양주를 할인 판매를 기획해 오픈런(문 열리자마자 달려간다는 의미)이 이어졌다. 행사 당일 수백 미터의 긴 줄이 이어졌고, 구하기 힘든 양주를 사려고 20시간 가까이 줄을 선 고객도 있었다.
GS25는 약 500종 이상 주류를 상시 취급하는 '주류 강화형 매장'을 현재 300여점에서 연말까지 500점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이마트24는 냉동실에 얼렸을 때 맛이 극대화되는 프로즌 위스키 제품을 올해 6월 내놓았고, 지난달에는 잭다니엘스의 프리미엄 버전인 젠틀맨잭 위스키에 잔이 포함된 패키지를 단독으로 내놓았다.
CU는 모바일 주류 예약구매 서비스 CU BAR 운영에 집중하고, 세븐일레븐은 해외 위스키 제조사 등을 직접 방문해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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