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 보이는 것보다 빨라"
이-팔 전쟁, 짙어지는 이란 그림자
카카오 시세조종 혐의 조사
이슈레이더① 채권 변곡점 만든 빌 애크먼
국내에서도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TLT나 레버리지 상품인 TMF에 투자하는 분들도 꽤 되시죠. 최근에 마음고생 많으셨을 텐데요. 그런 분들께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의 말 한마디가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월가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큰 손이죠. 빌 애크먼 회장이 몇 시간 전 다섯 단어로 된 트윗을 올렸습니다. “우리는 채권 공매도를 청산했다”라고 번역할 수 있을 짧은 트윗 이후에 미국 10년물과 20년물, 30년물 장기채권 수익률이 모두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채권 수익률, 채권 금리가 내린다는 것은 곧 채권 자체의 수요가 높아지고 채권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뜻합니다.
파급이 큰 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10년물 채권 수익률, 그동안 5% 넘어서면서 증권 시장에 불안을 안겨줬던 채권 금리(채권 수익률과 같은 말로 통용됩니다)의 앞자리가 4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10년물 채권 금리는 미 증시 장마감 후 전날보다 7.6bp 정도 내린 연 4.848% 선까지 내려왔고요, 채권시장이 하락하면 보통 성장주들에 투자 심리가 모이는데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도 4거래일만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빌 애크먼의 짧은 트윗이 시장에 큰 파급을 가져온 이유는, 채권 시장의 큰 손이 포지션을 바꾸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를 청산했다는 건 그동안엔 공매도를 해 왔다는 겁니다. 실제로 빌 애크먼은 지난 8월부터 “장기채 공매도 들어간다”고 밝히고 30년물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했었습니다. 30년물 금리가 5.5%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게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논리였는데, 두 달 여 지난 이제는 더 이상 채권 가격 떨어진다는 베팅을 하기 어려운 시점이 됐다는 판단이지요.
그런데 올해 30년물 장기채 수익률 최고점은 지난 19일 연 5.1%였습니다. 5.5%선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이 정도 수준만 되어도 채권 공매도 유지하기엔 불안하다는 겁니다. 그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를 봐야할 텐데요.
아주 쉽게, 제가 누락해서 말씀드리는 부분이 있기는 하겠지만 큰 틀에서 장기채 채권 수익률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올라갑니다. 제가 빌 애크먼의 머리 속을 들여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 공매도 청산 결정 배경에는 결국 ‘미국이 고금리 정책을 길게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고금리 정책을 생각보다 길게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왜 그랬을까를 짚어보아야겠지요. 다행히 이 부분은 빌 애크먼이 설명을 해 줬습니다. “경제가 데이터를 통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빠르게 느려지고 있다”는 거지요. ‘눈에 보이는 것보다’라는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왜냐면 현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은 데이터에 의존해 통화정책을 운영한다는 기조를 가져가고 있는데, 빌 애크먼이 보았을 때는 데이터가 실제 경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거니까요.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런 이야기를 빌 그로스 전 핌코 CEO도 했습니다. 빌 그로스는 미국의 경기 침체 시점을 4분기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은행들이 흔들리고 있고,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늘어나는 건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신호라는 겁니다.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현재 5년 만기 신차 대출 평균 금리는 7.62% 정도 되는데, 이 정도 금리에도 미국 사람들이 허덕이는 게 확인되고 있다는 점을 빌 그로스는 주목한 거죠.
이슈레이더② 이-팔 전쟁, 짙어지는 이란 그림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루 전에 미국은 이라크와 레바논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격상했죠.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선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가 공격을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조금 전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의 기자 담화가 있었는데요. 무력 충돌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도 “이란의 위협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톤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셔야겠습니다. 지난 7일에만 하더라도 이란의 개입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는 없다는 식의 중립적인 어조를 유지했었는데, 백악관에서도 중동 갈등 확산 배후에 이란이 있을 수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개입이 확인되거나, 또 이스라엘-하마스 갈등이 이스라엘을 벗어나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이 유가 측면에서는 급등 시나리오입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유가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간에 전해드렸지만 BNP파리바나 우리 국제금융센터가 100달러 이상의 유가를 점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 이란의 개입 가능성인데요. 워싱턴에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사상자가 크게 생겨난다면 이를 명분으로 이란이 본격적으로 이 전쟁에 이름을 드러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슈레이더③ 카카오도 외국인도…시세조종에 멍든 증시
오늘 새벽 2시가 가까울 무렵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조사를 받고 나왔습니다.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한 16시간 마라톤 조사였는데, 일단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는 간단한 입장을 밝혔고요.
카카오는 지난 3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와 분쟁을 겪는 가운데 주당 12만원에 진행되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죠.
이번에 금감원 특사경이 이례적으로 총수급을 소환했는데, 일각에서 이렇게 총수급을 소환한 건 어느정도 혐의를 입증할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법인인 카카오도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대주주 적격성 문제 때문에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경영권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죠. 이 이슈가 지속되면 안 그래도 낮은 카카오 주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신저가 행진이 당장은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을 살펴보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금감원이 열심히 일을 하는 건지, 우리 증시가 정말 작전의 놀이터가 된 건지, 사실 이런 이슈 다룰 때마다 약간은 화가 나기도 하는데요. 국내에 상장된 외국 기업이 시세 조종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 위원회가 외국 기업 한 곳에 대해 시세 조종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통보했는데요.
유상증자를 무사히 성공시키려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고 하는데요. 이런 뉴스들을 안 볼 수 있도록, 처벌도, 사후조치도 보다 촘촘해지는 게 우리 시장 건전성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주 월~금 오전 7시 2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 생방송으로, 유튜브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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