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면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주 사이 인텔과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등은 장기침체에 빠져있던 반도체산업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WSJ는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8% 감소했지만 고객사의 재고수준이 정상 상태로 돌아가고 있으며 감산으로 인해 공급 과잉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새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등과 관련된 수요 증가가 향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금과 같은 회복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산업 컨설팅 회사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스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11% 이상 반등해 5천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반도체 산업은 팬데믹 첫 해 컴퓨터, 스마트폰, 비디오 게임기, 넷플릭스 등에 스트리밍 비디오를 제공하는 데이터 서버 분야에서 수요 급증을 맞이했다. 반도체가 부족해 고객사들이 반도체를 닥치는 대로 사들이면서 제조업체 매출이 껑충 뛰었다.
하지만 2022년 초 들어 인플레이션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소비자와 기업은 지출을 줄였고,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재고가 넘쳐났다. 대부분 반도체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투자를 연기했으며, 고용 동결과 정리해고를 감행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009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현재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작년의 침체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인텔은 PC용 반도체 생산사업부에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해 다음 날 주가가 10% 가까이 상승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인터뷰에서 올해 2억7천만 대의 PC 판매가 예상된다면서 4분기까지 "매우 건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급격한 가격 하락을 겪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는 수요가 회복되고 있으며 기기의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하는 DRAM 반도체 부문이 3분기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수요 부진, 지정학적 긴장,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 등이 반도체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전기차 판매량도 일부 반도체 제조업체의 예상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에너지 인프라 및 기타 산업용 반도체를 만드는 온세미컨덕터는 높은 금리와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약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달 30일 주가가 22% 가까이 폭락했다.
이 회사 하산 엘-쿠리 CEO는 "자동차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냈지만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는 데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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