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가전부품 국산화의 외길 걸어
100년기업,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아
강국창 회장의 동국성신은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인천 남동공단내에 위치해 있다. 가전부품 분야에서 40년이 넘도록 외길을 걸어오며 동국성신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운 강회장은 여든의 나이를 넘기고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그를 한 달에 한 번 진행한다는 사내 예배활동이 끝난 직후 만났다.
실패는 빈손이 아니다
태백 탄광촌에서 태어나 탄광업에 종사할 뻔했던 강회장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면서 동신화학과 동남샤프공업 등 가전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뛰어난 업무실력을 인정받아 30대 중반에 기술부장까지 맡았다.1960년대는 국내에서 가전제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유수의 대기업들은 일본 기업들과 기술 제휴를 맺고 주요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산제품의 99%가 일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부분의 주요 제품은 일본산을 쓰고 국내에선 외형틀만 만들어 제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대로 카피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정부는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하려면 국산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으론 국산화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강회장은 “전국을 다녀도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모두가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죠. 그때 결심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들기로 다짐한거죠” 라 말하며 사업을 시작한 계기를 회상했다.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사업을 하겠다고 나온 30대의 강회장. 그는 퇴직금으로 성신하이텍을 세운 후 주변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산화가 어려웠던 냉장고 '도어용 가스켓(자석으로 냉장고 문을 닫히게 하는 부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다 결국 국산화에 성공한다. 하지만, 승승장구 할 것 같았던 사업은 믿고 맡겼던 회사 간부의 잘못으로 부도처리 되면서 문을 닫아야 했다. 좌절도 잠시, ‘실패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실패 후에도 손에는 남는 것이 있다’는 신념이 강회장을 다시 일으켰다.
강회장을 믿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결국 국산화에 성공한 냉장고 도어용 가스켓은 삼성, 대우 등 대기업에 공급되며 가전부품의 국산화라는 대성공에 이르게 된다. 이후 40여 년간 강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동국성신은 냉장고 성애방지용 히터와 세탁기 공기방울펌프, 전기밥솥 온도조절기, 비데용 보온시트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100년 기업으로 가는 조건
동국성신은 직원수가 국내외 합쳐 약 1800여명이다. 국내에 5개의 공장과 중국과 베트남, 폴란드 등 해외 5개국에도 공장이 운영되고 있는 그야말로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이미 가전부품 제조사로서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강국창 회장은 100년 기업이 되어가는 과정은 그리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강회장은 몇 가지를 들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정부정책과 세금문제를 지적했다. 2만6천여개의 100년기업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 만 개 이상이 있는 독일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엔 100년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했다. 그 만큼 100년기업이 될 때까지 버텨온 기업이 적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창업주가 기업을 물려줄 때 절반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한다.
이러한 현실은 ‘부의 세습’이라는 사회적 부정인식과 맞물려 기업의 경영승계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100년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실은 막대한 세금으로 가업승계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돈 버는 기업은 꼭 잘못을 저지르는 것처럼 생각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만연한 상황에서 100년기업수를 손에 꼽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강회장의 생각이다.
가업승계에 대한 창업자 자신의 부정적 생각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기름때 묻혀가며 일궈낸 기업이지만 자식만큼은 공부를 많이 시켜 더 좋은 환경으로 보내려는 창업주들의 심리와 아버지의 가업을 굳이 물려받을 필요가 없다는 자식들의 생각이 맞물려 가업승계가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해지며 100년기업으로의 길이 험난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용문제다. 강회장은 인천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인천지역기업인을 대표하는 중책도 맡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중소기업들의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 기업인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어려운 점은 바로 ‘사람 구하기’다. 아무리 애를 써도 중소기업이기에, 지방에 소재해 있기에, 대기업이 아니기에 젊은 사람들은 중소기업을 외면하는게 현실이다. 그 자리엔 이미 많은 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인력을 구하거나 관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100년기업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지만 불가능 한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새벽형 인간, 믿음으로 청년처럼 산다
강회장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한다.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지켜온 습관은 이미 그의 일상이 되었고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국내와 해외 공장을 직접 다니며 진두지휘 할 정도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지닌 것도 하루의 시작을 기도로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에서 여생을 보내려 잠깐 내려갔다가 양식장 사업에 뛰어들고 제주도의 스프링데일 골프장까지 직접 건설해 경영할 정도로 그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 라는 신념은 이미 베스트 셀러가 된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강국창 저/스타리치북스 출판]에서 잘 나타난다. 그가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진실 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팔순의 기업가 강국창 회장은 이를 증명해냈다.
나의 기업가정신은 ‘창의력’
강회장은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창의력’이라 답했다. 그는 항상 새 일을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창조적 정신, 즉 창의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그것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업가정신이다”고 말했다. 이후 그가 저술한 책에서 언급한 ’흙수저 연금술 11계명‘을 소개하며 짧았던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웃음 지으며 작별인사를 하는 강국창 회장. 그는 오늘도 믿음으로 청년처럼 살고 있었다.
[흙수저 연금술 11계명]
1.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주목하라
2.가능한 일찍 실패하라
3.죽도록 배워라
4.형식주의를 타파하라
5.기본으로 돌아가라
6.멀티플레어를 꿈꿔라
7.관찰하고 상상하는 부자가 되라
8.명심하고 실천하라
9.올바른 경영관을 가져라
10.육신의 건강과 영적인 건강의 밸런스를 맞춰라
11.좋은 인간관계를 맺어라
*동국성신은 2014년 동국전자와 성신하이텍이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다. 현재 인천과 광주, 창원, 제주 등 국내에 5개의 공장과 중국, 멕시코, 베트남, 폴란드 등에 5개의 공장이 운영중이다. 국내직원은 약600명, 해외는 12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강국창 회장은 동국성신과 동국개발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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