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 조연 기자와 이슈 조금 더 자세히 들여가 보겠습니다.
조 기자. 파두 사태가 결국 소송전으로 가는 것 같은데, 결국 가장 큰 쟁점은 상장 당시, 매출이 크게 떨어질 지를 알고 있었냐는 겁니다.
파두가 상장한 게 불과 3개월전인데, 당시 투자설명서에 나온 매출 추정치와 얼마나 차이 나는 겁니까?
<기자>
파두가 추정한 올해 매출액은 1202억9400만원입니다. 그리고 보시는 것처럼 매년 2~3배씩 성장하고, 영업이익도 매해 900억 가량 급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3분기 까지 실제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 이 중 177억원이 1분기 매출이고, 2~3분기 합쳐서 3억원대에 그쳤습니다.
핵심은 파두가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를 제출할 당시 매출이 급감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입니다. 즉, 매출이 급감할 것을 미리 알고도 당장 올해 2배 증가할 것으로 공지했느냐 여부에 따라 자본시장법(제125조: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중요사항이 표시되지 아니함으로 증권 취득자 손해 입은 경우 배상의 책임을 진다) 위반 소지가 발생합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이 부분을 포함해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나 불공정 거래 혐의까지 조사 중입니다.
파두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매출 추정근거 중 고객사에 대한 설명에 "2분기 물량을 1개 분기 이연한 물량을 적용했다", "최종 수요사들의 사업계획 조정을 감안해 납품개시시점을 2Q에서 4Q로 변경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상 2분기 고객사의 갑작스런 발주 연기는 이미 이뤄진 것이죠. 다만 파두 측은 "하반기에 이 물량을 메꿀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발주가 나지 않았다(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란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파두의 고객사가 2곳 뿐으로 다양하지 않고, 이 중 메인 고객사가 2분기 발주를 미룬 상황에서 올해 매출추정치를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늘린 근거는 쉽게 이해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실제 기관 수요예측 당시에도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을 두고서 업계에서는 기업이나 주관사가 예상 실적을 고의로 부풀렸다는 것은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고, 입증하는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아무리 매출은 없고 기술만 있는 회사라지만, 3개월 뒤도 예측할 수 없는 회사를 상장 시킨다는 게 사실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자체가 가진 약점일수도 있는데, 워낙 적자 기업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사전에 미리 이런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경보장치 같은 건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만, 상장 이전 실적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매출액 및 손익구조가 30% 이상(대규모법인의 경우 15%) 변경될 시 주총 4주(별도 재무제표 6주) 전에 알리도록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분기가 아닌 연간 실적에만 해당된다는 겁니다. 최근 상장기업들의 IR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영업실적 잠정공시를 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자율 공시인 만큼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의무공시가 분기별 기준으로 이뤄졌다면 파두의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원대 매출은 더 빨리 시장에 알려졌겠죠.
논란이 더 컸던 이유는 파두가 기술특례 신규 상장주라는 점입니다. 8월 7일에 상장됐는데, 이 시기가 참 절묘했습니다. 7월 이전에 상장했다면 8월 중순 반기보고서를 발표해야 하고, 8월 중순을 넘겼다면 상장 심사 과정에서 거래소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했어야 했는데, 딱 이 사이를 피한 것이죠. 7월 마지막 2주간 공모주 청약이 파두를 포함해 10건이나 몰렸는데, 반기보고서 제출 기한 전 쏠림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매출 추정치와 실제 실적의 괴리율이 크다고 해도 분식회계가 아닌 이상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도 없습니다. 부실기업을 걸러낼 마땅한 보완 장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 파두 사태로 이제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기업들 더욱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술특례상장 시한폭탄이 더 있다는 이야기는 뭡니까?
<기자>
공모 당시 매출 추정치를 못 채우는 기업들이 파두 뿐만이 아닙니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 중에서도 70~80%가 매출 추정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 추정치가 상장 후 3년이나 5년 뒤 전망이 아니라 해당 연간 매출 예상치거든요. 상당수가 과대 평가하고 있는 만큼 거래소와 당국이 실적 추정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또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은 상장 이후 일정기간(3~5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되는 특례를 부여받습니다. 이익을 내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주겠다는 취지인데요.
기술특례상장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이 바로 2018년입니다. 이전까지는 연간 한자릿수에 그치다가 2018년 이후 매년 스무개 이상이 시장에 입성하는데, 이 당시 상장된 기업들의 유예 조치가 대거 만료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상장폐지, 관리종목 위험에 처한 종목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관리종목 지정 기준 중 하나가 연매출 30억원 미달인데요. 상장 5년 후부터 연매출이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연속이면 퇴출됩니다. 2018~2019년 상장사 중 연매출 30억원 이하가 4~5년간 이어진 기업이 9곳이나 되구요. 올 연말까지 법인세차감전손실이 자본금의 50%를 2년 연속 넘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또 거래 정지된 셀리버리,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이노시스 등도 상폐 시험대에 놓여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문제는 기술특례상장이라는 제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금융당국이나 거래소, 증권사들도 이런 걱정을 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분위기 전환도 꾀하는 모습인데요. 기술특례상장의 취지를 강조하는, 애초에 매출이 아니라 기업 계속성 심사가 기술특례상장의 본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이번 파두 사태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이제 기술특례상장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 같을지, 증권사들의 기업가치 평가와 상장기업의 증권신고서를 믿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정보의 비대칭, 그리고 상대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소극적인 기업의 모습인데요. 현재 파두는 기관투자자들과의 IR은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것이지만 지난 16일과 17일 기관들과 직접 만나 설명에 나선 반면, 일반 주주들은 정보의 비대칭을 겪는 상황입니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라 생각하며, 당국에 소명하면 된다는 모습도 일부 보입니다.
IPO, 기업공개라는 것은 결국 기업을 투명하게 알려야 하는 자본시장에 스스로 나왔다는 뜻입니다. 서면으로 밝힌 4분기 주문 재개가 2~3분기 매출 급감을 얼마나 메꿀 수 있는 것인지, 또 내년 경영계획 수립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시장이 정기·의무 공시만으로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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