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살아나도 기업 체감경기 ‘제자리’…“고물가에 소비심리 약화”

김채영 기자

입력 2023-11-29 11:03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과 동일한 70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업 체감 경기도 주춤하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제조업체들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 부진으로 서비스업 업황이 악화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과 동일한 70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업황 BSI가 이달까지 이어진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업황실적BSI는 전월비 1포인트 오른 70으로 9월 이후 석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바닥을 찍고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난 것으로 제조업 업황 전반이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단 분석이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 지수는 13포인트 올라 넉 달 만에 반등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가격 회복 및 수요 증가 기대가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리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채산성 개선이 기대되는 전기장비도 8포인트 올랐다.

제조업 중에서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업황지수는 각각 75, 75로 1포인트, 6포인트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중소기업과 내수기업 업황지수는 각각 64, 68로 전월과 같거나 1포인트 하락했다. 내수기업은 두 달째 하락세다.

12월 업황전망BSI는 1포인트 하락한 68로 집계됐다. 1차 금속, 자동차가 각각 10포인트, 9포인트 하락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1차 금속은 최근 엔저에 따른 일본산 철강제품 유입에 전기료 인상 등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고, 자동차는 고금리 속 소비 부진,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매출업황지수는 77로 전월과 같았다. 생산은 1포인트 오른 81로 집계됐고 제품재고수준은 2포인트 상승한 107로 나타났다. 채산성은 2포인트 오른 79로 조사됐다. 원자재 구입가격 지수가 115로 6포인트나 하락한 영향이다.

비제조업, 서비스업의 업황실적BSI는 2포인트 하락한 69를 기록하며 두 달째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2020년 12월(68)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경영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제조업은 수출과 내수부진을, 비제조업은 내수부진과 인력난·인건비 상승을 악재라고 봤다.

황 팀장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쪽이 최근 계속 부진하다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턴어라운드를 해서 실적과 전망이 상승했다”면서도 “나머지 주력산업은 아직 부진한 편이라서 회복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심리지수를 합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한 91.2를 기록해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순환변동치는 92.7로 전월비 0.1포인트 하락해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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