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잠시 후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엽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되는 분위기에 한은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에서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데요.
더딘 경기 회복세에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고, 가계부채 부담과 한미 금리차 때문에 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전민정 기자, 전해주시죠.
<기자>
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늘 오전 열리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3.5% 수준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합니다.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이후 10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는데요.
시장과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지금의 수준에서 묶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6%가 오늘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동결을 전망한 응답은 전달 90%였으나 이달에는 96%로 증가했고, 인상을 예상한 응답은 10%에서 1%로 크게 줄었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로 통화 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물가 상승률 역전과 국내 가계 부채 급등 등으로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벌써 7회 연속, 거의 1년간 동결기조를 이어가는 셈이 되는데요. 금리를 동결할 때마다 한은은 긴축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금리 인상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한은의 추가 긴축 여지 역시 줄어들었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물가 상승 폭 축소,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긴축 효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덜게 됐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3.8%라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가계부채 부담은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는 요인인데요.
하지만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고, 가계빚 증가세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한 만큼,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상으로 얻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도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 덕에 국제 유가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원·달러 환율 역시 안정적이라는 점도 동결의 근거로 거론됩니다.
<앵커>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확실시 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데요. 한국은행의 '피벗', 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점, 시장에선 언제로 보고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은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미국의 통화 정책 방향'을 꼽고 있습니다.
오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미 연준이 내년 5월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80%로 보고 있는데요.
매파로 분류됐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연준의 고위 관계자들이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강화하며 한달 전에 비해 인하 기대감은 2배나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에 내년 2분기 정도가 미국의 유력한 금리 인하 시점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현재로선 한국은 동결을 유지하다가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2분기 이후, 즉 하반기에나 금리를 낮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인 2%포인트까지 벌어져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려잡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지금의 수준인 3.5%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다만 내년 상반기 수출 회복에도 불구, 소비 등 내수 침체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이 미국 보다 먼저 2분기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은은 오늘 성장률과 물가 등을 담은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하는데요.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예상치에 대해선 하향 또는 유지 전망르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뉘는 가운데,
내년 물가 전망치는 높여 잡으며 시장의 조급한 금리 인하 기대감에 선을 그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더 많습니다.
올해 수차례 "물가가 2% 수준으로 수렴되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온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 부담 등을 언급하며 섣부른 피벗에 대한 경계감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전민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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